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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Mar 08. 2017

[육아툰] 좋은 엄마를 넘어, 멋진 할머니 되기

How to Old


일전에 누군가 나에게 꿈을 물으면, 나는 ‘귀여운 할머니로 늙는 것’이라고 했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것,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과 예술에 대한 취향을 가질 것, 그리고 품위 유지가 가능할 정도로 미리 벌어 놓을 것. 이 귀여운 할머니 상은 자신의 몫만 다 해도 다른 이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귀감이 되며, 용기를 준다.  

이 어렵고 맹랑한 꿈은 육아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첫 자각은 우리 엄마로부터 비롯되었다. 딸의 지난한 출산과 새로운 아기의 등장에 신경 쓰느라 정작 본인이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깜박하셨다

 “배고프지? 엄마가 맘마 줄까? 아 참…난 엄마가 아니지. (잠시 침묵.) 할머니가 맘마 줄게!"  

하면서 엄마와 할머니의 자리를 헷갈려 하시기를 몇 번. 내가 엄마라는 단어에 익숙해 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우리 엄마는 할머니의 자리에 적응했다. 아직 잘 상상은 안되지만, 나 또한 할머니가 될 것이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떤 할머니가 될 것인가? 



인생은 재밌어
어릴 땐 시간이 안가다가
갑자기 쉰 살이 되지

영화 -아멜리에




먼저 어떤 어른으로 늙어갈 것인가?


회사의 창업 초기에 입사한 나는 가뜩이나 적은 디자이너 인력 중에 ‘저런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 ’ 싶은 선배 모델이나 멘토를 찾기 힘들었다. 다른 직군으로 눈을 돌리니 개성 있는 과거와 취향을 가진, 심지어 머리도 좋은 동료들이 수두룩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억지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나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서 그냥 이 일을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좋은 메신저 서비스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에 대한 강한 열정과 개인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이들이었다. 디자이너 멘토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관두고 나는 동료들과 디자인 스터디를 하며 스스로 익혀나가는 한편,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자극을 받으며 ‘나만의 삶’을 구축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환경은 정말 중요하다. 자신의 주변을 어떤 사람으로 채우는가에 따라 삶의 작은 선택들이 바뀌고 그것은 인생의 항로를 바꾼다.  

아이에게 귀감이 되는 할머니의 조건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본받을만한 인간 군상을 수 없이 만나 보고 나서 였다. 나이 차이가 10년은 족히 나는 베테랑 동료들과 한바탕 열심히 일하고 끝장나게 노래방에서 놀았을 때, 그리고 이들이 또다시 회사 안팎에서 도전과 창업을 일궈나가는 것을 보며 나도 이들 못지않게 멋지게 나이를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평생 참았다'라고 얘기하지 않도록,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꾸려야 겠다고 말이다.  



멋쟁이 할머니 - milkybaby




나는 어떤 엄마,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은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고 2때의 담임 선생님께선 학부모 면담에 오신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하셨다.
"이 아이를 이렇게 (바르게) 키우신 부모님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
나는 당시에 빈말이겠거니 하며 선생님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정말 진심을 담은 표정이었다. 엄마는 몸 둘 바를 몰라 했고 나는 쑥스러워서 툴툴댔던 게 기억난다. 

엄마가 얼마나 참된 교육으로 나를 이끌었는지는, 육아를 하면 할수록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공부하라는 말 대신 자식 둘을 데리고 매일같이 도서관을 가서 같이 책을 읽었고, 요리 자격증을 따서 실험적인 식자재를 선보이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만히 기다려주는 길을 택하셨다. 특히 잠자코 지켜보다가, 정말 필요할 때 도와주는 교육방식은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아이가 못할 것 같으면 바로 도와주고, 이런 거 저런 거 다 가르쳐 주고 싶었던 내 강렬한 욕구를, 엄마를 떠올리며 겨우 참았다. 스스로 해낼 때까지 기다리면 밀키는 두 배 더 빠르게 자랐다. 

것을 평생 실천한 엄마의 교육은 자식 둘을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입학시키고, 스스로 연구하는 습관을 길러줬으며, 내면의 신념에 따라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덕분에 그림과, 영상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았고, 20대 시절 내내 도전해 볼 수 있었으며, 아이 엄마가 된 지금도 다음 스텝을 꿈꿀 수 있다. 밀키도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나대로 내 삶을 열심히 살고, 이 아이가 스스로 본인만의 길을 내도록 뒤에서 지켜봐 줄 생각이다. 좋은 엄마가 되기도 모자라, 귀여운 할머니까지 되고 싶은 내 꿈이 좀 큰가? 먼 훗날 내가 진짜 할머니가 되었을 때, 누구도 아닌 내 자손들에게 ‘여전히 귀엽게 사시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조그마한 욕심이 있을 뿐이다.  





+ 연재 소식
밀키베이비 일러스트 + 에세이를 즐겨 봐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더 많은 곳과 콜라보레이션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육아잡지 [맘앤앙팡] X 밀키베이비 

육아잡지 맘앤 앙팡의 리뉴얼 되는 4월호에, [엄마꿈틀] 섹션에 밀키베이비 일러스트 + 에세이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디 아티스트 매거진 X 밀키베이비
3월 중순부터 디아티스트 매거진과 콜라보레이션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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