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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헤드헌터를 그만둬야 하는 이유

채용 기업과 구직자의 미스매칭, 더 이상 희생하지 않겠다는 다짐

두 곳의 서치펌을 다니면서 헤드헌터를 한 지 2년. 지난해 하반기 만해도 꾸준히 후보자들의 서류전형 합격과 면접 전형 일정이 잡히면서 성과라 부르는 석세스(Sucess)가 났는데, 올해 상반기가 지난 지금 석세스 제로.



물론 생계를 탓으로 투잡을 시작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유독 후보자와 채용기업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아 보인다.

노트북과 사무용 책상에 앉아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사무직)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정급여가 없어 가정에 안정적인 생활비를 보조할 수 없는 업의 특성과 국내에 수많은 서치펌의 경쟁자로 인한 레드오션이라는 시장의 분위기가 더욱 악화되는 것 같다.


수많은 인재 추천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로부터 "000님 00전형 불합격"입니다 라는 피드백을 받는 데에는 내성이 생겨 더 큰 도전 의지를 부추긴다.


하지만, 힘들게 추천하여 서류전형은 물론 최종 면접, 처우 협의까지 마치고도 후보자의 개인 사정에 따른 입사 포기가 비일비재하는가 하면, 라인 인성검사에 탈락하거나 평판조회에서 탈락하는 후보자도 눈에 띈다.


헤드헌터에게 인재추천을 의뢰하고도 포지션을 돌연 마감하고 내부 순환근무로 돌연 변경해버리거나 후보자 컨택 과정에서 채용요건을 바꾸는 고객사의 널뛰기까지 감당해야 하니 말이다.

지원 이력서를 받아 추천하려던 후보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서류 마감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피드백 없다가 서류합격이라는 통보에 기뻐하는 순간도 잠시, 그 사이에 이미 이직했다는 후보자의 회신에 다시 허탈해진다.



고객사는 서치펌을 활용해 회사에 기여할만한 후보자를 선별받아 추천받는데 학벌, 재직 경력 등 국내 기업의 선정 기준이나 평가 기준 역시 까다로워 2주일 단위로 채용 포지션이 재오픈되지만 이처럼 장기적으로 채용을 못하는 포지션에 인재추천을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후보자에게 이력서를 받아 최종 합격해 입사시키기 까지 기간도 2개월 가까이 소요되고 합격하더라도 후보자 출근 후 한 달째에 수수료를 받기까지 거의 3개월을 무소득으로 버텨내야 하는데, 이를 가족이 너그러이 이해해주기 바란다면 오산이다.


무늬만 자영업자에서 완전 자영업자로 포지셔닝한 지금, 몸은 다소 힘들지만 땀의 진가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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