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의 독자적 판단보다 후보자와의 신뢰, 교감등 소통 중요
24절기 가운데,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부터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까지는 대기업의 신입/경력 공채 기간과 맞물려 경력자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시기로, 결원으로 인해 헤드헌팅 회사에 위탁해 충원하려는 기업들의 채용이 증가한다.
이와 반대로, 오랜 기간 지속적인 경제 침체에 따라 기업이 차기 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와 맞물려 한계 사업을 과감히 구조 조정을 하면서 고급 인력들이 취업 포털 사이트에 아직 '구직 중'이라는 상태도 업데이트 못 한 가운데 채용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헤드헌팅 업계에서는 여름 휴가철의 비수기를 겪은 이후 찬바람이 불고 해가 바뀌는 이 시기에 기업의 채용 의뢰가 증가하면서 대목으로 부르는 것 같다.
특히 인사/총무는 물론, 사업기획/마케팅/재무/IR/홍보 등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포지션들이 잇따라 오픈되지만, 한정된 채용 인원으로 인해 하나의 포지션 당 헤드헌팅의 추천 경쟁률은 20대 1을 족히 넘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다소 생소한 포지션으로 감사/법무를 담당할 5년 이상의 경력자를 찾는다는 채용 의뢰가 대기업 계열회사로부터 들어왔다.
기업의 감사 포지션은 법인 결산이나 외부 감사 등 회계와 관련된 감사도 있지만,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의 내부 통제와 윤리경영, 준법감시 등 업무를 맡는 포지션이다.
처음엔 취업 포털 사이트에 '감사'하는 키워드를 검색해보니 수많은 종류의 감사(심지어, 감사합니다. 까지)가 적힌 후보자들이 목록으로 구분됐다.
이어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감사 업무의 경력연수에 더해 법무까지 담당했던 후보자를 찾아보니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역으로 법무 경력의 후보자들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감사와 법무 경력이 있는 후보자에게 연락하기에 이르렀다.
상세한 JD와 이력서 양식을 메일로 보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퇴근 즈음에 후보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법무 쪽 분야에 오랜 경력이 있는 후보자는 JD를 보더니 "이 회사는 법무보다는 감사 경력자를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감사 업무 경력이 짧고, 또한 법무 분야에 기반을 둔 경력을 갖고 있어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기업이 JD에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않는 경우에 헤드헌터보다 유관 분야의 경력을 지닌 후보자가 JD를 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후보자의 희망 직무나 취향이 다를 때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그들의 판단과 해석이 옳아 이를 인재찾기의 이정표로 삼으면 좋다.
그래서, 이튿날 메인 헤드헌터에게 문의해보니 회계 감사가 아닌 내부 통제나 준법 감시라는 피드백이 왔다.
계열 회사가 있는 해당 기업이 계열사와 거래를 포함해 경영 활동을 진단하고 각종 위험요소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감사 업무 경력이 필수인 것으로 판단해 후보자 검색 방향을 선회해 내부 감사와 내부 통제 등을 키워드로 후보자를 찾기 시작했다.
금융권이나 IT기업에서 감사 업무 경력자 목록들이 나와 차례로 연락을 했고, 이후에는 헤드헌팅 회사가 협업을 하는 재취업 알선 컨설팅 회사의 인재 풀(POOL)에서도 후보자 한 명을 찾아 연락하기에 이르렀다.
재취업 알선 컨설팅이란, 개인이 업/직종 전환을 통한 재취업을 위해 전문적으로 경력을 관리해주고 컨설팅해주는 회사로 헤드헌팅 회사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헤드헌터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후보자와의 신뢰와 교감을 통한 소통이 중요하고 전문 분야에서오랜 그들의 통찰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하루이다.
/시크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