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yoo Aug 17. 2024

선홍

언뜻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꿈의 종류는 컬러, 흑백 두 가지가 있다

생각해보니 제 꿈엔 색채가 없습니다.

오직 명암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그림자들은 움직이는 생명처럼 지나갔습니다.


제 기억은 회색빛입니다.

기쁨, 슬픔, 속상함, 화남,

모두 연한 흑백의 잉크로 새겨져서는

언제 바랠지도 모른 채로


그런 나에게도 마음 한 켠 고이 모셔둔 추억 하나에 선홍빛 조각이 있다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기억의 한 자리에서 무엇이든 선홍이 되어 갈 시간을 보내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부서지지 않는 유리처럼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해도

투명한 유리, 그 반사된 표면에는 뜨거운 울음을 삼켜내

밝다 못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붉어져

언젠가는 모든 것을 그 자체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과거가 있습니다

밟아, 던져, 깨뜨려 버린다 해도

누군가에게 선홍빛 피로 남겨질 잔흔을 곁에 두고자 하는

붉은 조각같은 사랑이 있습니다

이전 13화 주홍 그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