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꿈의 종류는 컬러, 흑백 두 가지가 있다
생각해보니 제 꿈엔 색채가 없습니다.
오직 명암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그림자들은 움직이는 생명처럼 지나갔습니다.
제 기억은 회색빛입니다.
기쁨, 슬픔, 속상함, 화남,
모두 연한 흑백의 잉크로 새겨져서는
언제 바랠지도 모른 채로
그런 나에게도 마음 한 켠 고이 모셔둔 추억 하나에 선홍빛 조각이 있다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기억의 한 자리에서 무엇이든 선홍이 되어 갈 시간을 보내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부서지지 않는 유리처럼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해도
투명한 유리, 그 반사된 표면에는 뜨거운 울음을 삼켜내
밝다 못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붉어져
언젠가는 모든 것을 그 자체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과거가 있습니다
밟아, 던져, 깨뜨려 버린다 해도
누군가에게 선홍빛 피로 남겨질 잔흔을 곁에 두고자 하는
붉은 조각같은 사랑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