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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1] 두번째 도전, 아프리카를 탐하다

여행준비!! 이번에는 조금 더 우리 마음대로~!!

by 돌바람

2016년 1월, 쿠바 세미자유여행은 그간의 여행패턴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가 짜놓은 여행 일정과 숙소, 교통편에 내 몸을 맡긴다는 것은 편하게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여행지에서 불필요한 짜증을 유발하곤 했었다. 꽉 짜여진 일정 탓에 여행지에서의 고즈넉한 아침의 여유는 기대하기 어려웠고, 대형 식당에서 시간에 맞춰 급하게 식사해야 하고(작은 규모의 맛집 투어는 애초에 기대도 못할 일이다), 슬슬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쯤에 꼭 한 번은 들르는 쇼핑센터... 그리고 가이드들의 감시와 경고(?) 탓에 밤 마실은 나가지도 못하는 그런 여행에 슬슬 지쳐갈 즈음에 쿠바에서의 여행 경험은 짜릿하고 신날 수밖에 없었다. 대략의 일정을 우리가 계획하고 상황에 따라 바꾸기도 하고 온갖 돌발변수에 대응하면서 웃기도 하고... 바쁘고 정신없고 사전 준비도 많지만 여행지에서는 오히려 여유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린 쿠바에서 다음에는 우리 마음대로 렌트까지 해서 다녀볼 수 있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2019년 겨울, 그런 이야기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아프리카를 꿈꾸었다. 그것도 이번엔 완전한 자유여행으로!

나미브 사막의 모습. 이 풍경이 우리를 아프리카로 끌어들였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지난 쿠바여행 때 7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빠지고 4명이 추가되면서 인원도 늘었기 때문에 챙겨야 할 것이 그만큼 늘어났다. 2019년의 가을이 시작되면서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쿠바 때와는 다르게 우리가 직접 일정에 맞게 항공권을 구입해야 했고, 거기에 맞춰 숙소도 직접 예약을 해야 했다. 그리고 풍토병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주사도 맞아야 했다. 건강을 스스로 지켜야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예방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지에서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입국 비자도 미리 발급받아 두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 쿠바여행에서 다짐했던 것! 현지에서 렌터카를 빌려서 우리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렌터카 예약도 해야했고,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아야 했다. 다른 준비물들(여권, 환전, 복장, 휴대폰, 카메라, 여행용 멀티어댑터, 비상 음식, 비상약 등등)이야 다른 여행 때와 별반 차이가 없으니 그것들은 별 문제가 없었다. 다만, 사막지역을 운전해야하는 만큼 휴대폰이 안되는 상황을 고려해서 무전기도 3대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런 모든 것을 준비하기 위해 우선 해외 사이트까지 뒤져가며 우리 예산에 맞게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했다. 시차에 따른 현지 시간의 변화를 잘 체크해야 했고, 환승 시간이 너무 촉박하거나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잘 조정해야 했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국제 미아가 되는 일은 뻔한 것이었다(실제로 마지막에 이 항공권이 문제가 되었다. 물론 우리의 실수가 아닌 사회적 이슈 때문이긴 했다).

출발일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환승하여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항공권의 e-티켓 영수증.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을 직접 예약했다.

숙소는 가급적 공항에서 가깝거나 여행지가 가까운 도심으로 주로 선택했고 여행의 피로도를 줄여줄 괜찮은 곳으로 골랐다. 물론 예산 범위 내에서 선택을 하려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 간혹 아프리카임을 고려해도 너무 비용이 저렴해보이는 곳이 있긴 한데 잘 살펴야 한다. 우리 역시 잘 체크하지 못해 현지에서 급하게 교체하는 일도 있었다.

남아공숙소예약확인서.jpg 케이프타운 숙소 예약 확인서. 직접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는 거라 위치와 객실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보건소와 국립중앙의료원을 다녀와야 했다. 말라리아, 황열병, A형 간염, 장티푸스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A형 간염과 장티푸스는 보건소에 예약해서 맞을 수 있고 황열병은 국립중앙의료원에 가야 했다. 말라리아는 중앙의료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구입했고 아프리카에 도착하고 2주간 매일 한 알씩 먹어야 했다.

예방접종관련.jpg 국립중앙의료원에서의 안내문. 이곳에서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말라리아 약을 처방받았다.
우리 일행들의 국제공인 예방접종증명서.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

비자 발급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우리가 여행하기로 결정한 나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잠비아, 에티오피아 이렇게 5개 나라였는데 이 중 남아공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입국 비자가 모두 필요했다. 에티오피아는 서울에 있는 대사관에 직접 방문해서 비자 신청을 하고 발급을 받았다.

에티오피아비자신청확인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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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대사관을 방문하여 발급받은 에티오피아 비자(오른쪽. 왼쪽은 비자발급신청확인서이다.)

짐바브웨와 잠비아는 빅토리아폭포를 가기 위해 방문하는 것인데 두 나라를 함께 커버할 수 있는 유니비자가 있다. KAZA비자라고 불리는 것으로 공항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 것으로 하기로 했다. 문제는 나미비아 비자였다. 인터넷으로 나미비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여행사를 통해 대행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고(대신 비용이 비쌌다), 남아공에서 나미비아대사관에 들러 신청해서 받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대신 1~3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즈음(그러니까 2019년 가을이다) 나미비아 입국 비자도 빈트후크 국제 공항에서 도착비자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제 갓 시작한 것이라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보자고 결정을 내렸다. 이런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근처 면허시험장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 렌터카 예약은 인터넷으로 했다. 남아공에서는 우버 택시가 잘 되어 있다고 해서 현지에서 움직여보면서 판단하기로 했고, 나미비아에서는 사막투어를 위해 워낙 먼거리를 움직여야 해서 사전에 예약을 했다. 공항에서 빌려서 공항에서 반납하는 것으로 하고 SUV차량으로 예약했다. 사막으로 가려면 비포장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보다는 SUV가 낫겠다고 판단했다.

나미비아에서 열일을 한 우리 일행의 렌터카 1,2,3호차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일행들이 다 검색하고 예약하며 일정을 잡아나가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할 때는 미약했던 일정표가 하나하나 채워지고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그 나름의 뿌듯함과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같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제안을 하고 토론을 하며 결론을 내며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도 실제 여행지에서만큼이나 소중하고 재미있는 경험들이었다. 팀워크를 다지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세부계획준비.jpg
세부계획.jpg
처음 시작 단계에서의 일정표(왼쪽)를 하나하나 채워 결국 완성된 일정표(오른쪽)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는 뿌듯함이 있었다.

일정을 모두 완성한 후에는 여행지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해서 허술하긴 하지만 우리 나름의 여행 자료집도 만들어냈다. 각 나라들에 대한 기후, 교통 등 기본 정보부터 여행지마다의 특색, 꼭 보아야할 것, 꼭 체험해야 할 것, 그리고 해당 여행지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특성까지 팀원들이 각자 조사하여 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자료집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특히 도사님의 여행지에 관한 자료와 정보, 선비님의 역사 자료 등은 훌륭한 사전 공부가 될 만큼 좋은 내용들이었다. 나는 자료집 표지를 만들며, 그리고 내용에 들어갈 사진들을 인터넷블로그에서 다운 받으며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서는 저 사진의 등장인물들을 모두 우리로 바꾸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자료집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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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여행 자료집. 표지의 저 사막 사진을 꼭 바꾸고 말리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우리의 사진(아래)

쿠바를 다녀올 때 준비과정에서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의 공존은 아프리카를 준비하면서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커지게 되었다. 쿠바에서의 체험이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준비하다보니 그랬던 것이었다. 일행들과 보건소, 국립중앙의료원, 대사관 등을 함께 다니며 설렘을 공유하면서 여행 준비를 하고 자료집을 만들면서 자주 만나다보니 어느덧 출국 날짜가 성큼 다가와 있었다. 나를 포함한 대박님, 유쾌님, 도사님, 직진님, 총무님의 기존 멤버와 열혈님, 작가님, 선비님, 감독님 이렇게 신입 멤버가 꾸려갈 아프리카 여행이 두근거림과 함께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28일.

이제 아프리카를 탐했던 우리 일행은 바로 그 아프리카를 만나러 출발했다.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아프리카 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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