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갈맷길을 완주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끝냈다는 감정보다, 또 다른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더 오래 남았다. 몸은 이미 길을 아는 상태였고, 마음은 다음 목적지를 찾고 있었다. 서울에는 완주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서울둘레길을 알게 됐다.
그때 나는 천안·아산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2월 한 달 동안 여섯 번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둘레길을 완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갈맷길은 친구와 함께였지만, 둘레길은 혼자였다. 주변에 길을 걷는 사람도, 이 시간을 이해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시작도 끝도 오롯이 나 혼자였다.
서울둘레길은 산길이 많았다. 출발 전부터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혼자 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지, 길을 잃으면 어디에 연락해야 할까. 걱정은 자연스러웠고, 동시에 나를 붙잡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냥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넘어지면 넘어진 대로, 무슨 일이 생기면 위치를 확인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첫 걸음을 내디뎠다.
2022년 2월 5일 토요일. 햇볕은 따뜻했지만 바람은 차가웠다. 그날은 비교적 무난하다는 서울둘레길 6코스를 선택했다. 스타트 도장을 찍고 한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도장을 찍으러 온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고, 간혹 “혼자 걸으세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낯선 길은 혼자 걷지 말 것’이라는 문장이 자꾸 떠올랐고, 혹시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계속 주변을 살폈다.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지, 길을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네이버 지도와 둘레길 안내 지도를 번갈아 보며 한 걸음씩 옮겼다. 한 달 내내 천안·아산과 서울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미 마음은 결정을 끝낸 상태였다. 이번에도 잘 완주해 보자는 다짐으로 그날의 하루 할당량을 무사히 채웠다.
그렇게 서울둘레길의 첫날이 지나갔다. 조용했고, 혼자였고, 생각보다 단단했다. 길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그 낯섦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걷는 사람으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