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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Mar 27. 2022

엄마 아유레비, 엄마 여기이

번역 : 엄마 잘 준비되었으면 내 옆으로 와서 자요

짱구는 놀고 싶을  아빠를 부르고, 진짜 무섭고 힘들고 필요할  엄마를 부른다. 대부분의 경우 엄마를 찾는다는 말이다. 이게  서운하지는 않다. 부모가 각자   있는 역할이 다른 거니까(내가 몸이 편해서 그런  전혀 아니니 괜한 오해 마시길).


짱구에게 깜깜한 밤 잠들기 전은 후자에 속하는 모양이다. 목욕 다 시켰는데도 한참 뛰놀고 땀으로 범벅되어 머리를 다시 감겨야 할 거 같은 상황에서 드디어 자겠다고 하는 순간, 여지없이 엄마를 호출한다. 나에게 취침은 그저 하루의 마지막일 뿐인데, 짱구에게는 준비를 요하는 새로운 시작인가 보다. Are you ready?




한국에 있을 때는 입주 이모님이 계셨다. 와이프도 나도 둘 다 직장생활에 바쁘다 보니, 조리원에서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주 이모님의 도움을 받아 근 2년을 이모님과 함께 했다. 짱구는 매일 저녁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입주 이모님과 방에 들어가 취침을 했다.


저녁에 자유시간이 생기는 건 가히 환상적이었다. 와이프와 맛난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는 도중에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으니 다음날도 쌩쌩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짱구에게 미안한 마음은 숟가락 한 스푼 정도, 그마저도 자유로움에 익숙해져 금세 잊혀졌다.


미국에 와서는 방 하나에 침대 매트리스 2개를 붙여서 다 같이 자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 매트리스가 넓어서 좋은 건지, 부모랑 같이 자서 좋은 건지, 잘 시간이 다가올수록 텐션이 올라 방방 뛰더니, 취침시간도 8시, 8시 반, 9시로 점점 늦춰지는 게 아닌가. 때로는 한참을 놀다가 "엄마 아빠 사이"라고 하면서 와이프와 나 사이에 들어올 때가 있다. 와이프와 꼭 껴안고 있어도 기어코 비집고 들어와 세상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한 5초 누워있다가 또 뛰쳐나간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온 가족이 같이 잤다. 곡명도 모르는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엄마-나-아빠-동생 순으로 누웠던 거 같다. 가끔 내 옆에 동생이 자는 날이면, 밤새 속닥속닥 얘기하고 장난치다가 엄마에게 한소리 듣고 입을 다물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내가 연수받으러 들어가기 전이니까 20대 후반에 이르러서도, 오래간만에 대구 본가에 모일 때면 거실에 다 같이 누워서 잠이 들었다.


보호받는 느낌, 어디 속해있다는 느낌, 내 편이 바로 옆에 있다는 느낌. 내가 어릴 땐 못 느끼다가, 옆구리로 파고드는 짱구를 보니 비로소 알겠다. 그런 느낌이 나를 편안함에 이르게 하였고, 짱구 또한 편안함에 이르게 하겠구나. 간혹 가다가 육아휴직을 하고 쫓아온 내 처지가 불안해 보여서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마음이 쫓길 때도 있지만, 또 옆구리로 파고드는 녀석을 보면 '짱구와 매일 같이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조바심을 사뿐히 눌러 없애준다.




오늘 밤도 어김없이 짱구가 "엄마 아유레비, 엄마 여기이"라고 한다. 그러면 와이프도 질세라 "오빠 아유레비, 오빠 여기이"라고 한다. 짱구는 재미 붙은 건지 다시 엄마 아유레비를 부르기 시작하고, 나는 돌림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구석에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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