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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정벌레 Jun 10. 2024

사는 이야기

예민함 덜고 머리 식히려는 몸부림

사진=딱정벌레

요즘은 주말마다 산책을 꼭 하려 한다. 평일에도 점심 식사 이후 산책할 때도 있지만 하루 평균 걸음 수가 1만보를 못 넘을 때가 많다. 그걸 주말에 만회하려 한다. 평일에는 하루종일 실내에 틀어박혀 햇볕도 충분히 못 쬘 때도 잦다. 난 그게 기분과 행복지수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실제 그렇기도 하고. 최악에 빠지지 않기 위해 햇볕도 제대로 안 쬐고 업무에 매몰되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지고 더 예민해지기 쉽다. 잠 못 자고 밥 못 먹는 것도 마찬가지. 이때 혹시 실수할까 두려운데 그럴 때일수록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내 기분과 신체 상태를 점검하며 이상 징후를 파악하려 한다.

기분이 저기압일 때,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많이 들 때 이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예전보다 더 열심히 기울인다. 예전에도 그러지 않았던 건 아닌데 위와 같은 상태일 때 돌출 행동을 저지르기 쉬우므로 의식적으로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여기에는 몇 년 전 관계기술훈련이 미친 영향도 크다. 감정을 신체 증상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걸 자주 연습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는 이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하는 훈련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평소 내가 이런 노력을 소홀히 했음을 깨달았다. 필요성을 못 느낄 때도 있었고. 돌이켜보니 방치였다 싶다.

기분이 꼭 좋아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매일, 매 순간 기분이 좋을 수 없고 어디서 읽기를 원래 보통보다 약간 다운된 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기분 상태라고도 하던데 기분이 좋지 않고 부정적 감정이 들더라도 그걸 꼭 문제시하기보다 그조차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이건 틀리지 않지만 나는 지금까지와 다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정신 과잉 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 있다고 느껴서다. 나는 생각을 잘 멈추지 못한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땅 파고 들어가거나 침잠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게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 쪽으로 활발하다는 것.

뒤통수 맞고 싶지 않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등 여러 욕구 때문에 생각과 경우의 수를 확대해서 판단하는 행위를 보험처럼 삼았다. 이 또한 잘못된 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에너지를 갉아먹고, 미리 두려워하느라 힘을 소진하고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하거나, 근거 없는 부정적인 생각조차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경각심이 들었다. 사실 이런 나 자신에게 내가 지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걸 깨닫고 노력하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 드는 이 생각, 이 감정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 생각은 절대적이지 않고, 이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더 침착하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자. 중요한 결정을 이런 상태로 내리지 말자.

이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걸로 주변을 채우거나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산책도 그중 하나다. 독서도 그렇고. 산책하면서 주변 풍경을 보고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면 특정 생각에 매몰되는 걸 제어하고 기분도 전환할 수 있다. 좋고 멋진 풍경을 봐서 기분이 나아질 수도 있고, 새로운 풍경을 접하거나 익숙한 풍경에서 새로운 걸 접하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어떻게 뭘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물론 부정적인 생각이 치밀어 오를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야와 마음이 넓어진다고 본다. 걸을 때 캐시워크나 만보기로 걸음 수를 체크하고 포인트를 모으는데 이건 성취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보상 없는 활동에 작게나마 성과를 쌓을 수 있고, 포인트를 모으다 보면 티끌 모아 태산이니까.

최근 몇 주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 화가 날 때도 많았고. 계속해야 할 일이 연이어 있으면 불쾌감을 준 일에 오래 사로잡힐 겨를은 없긴 하다만. 그런 일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니 감당하기 어려웠다.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이조차도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 생각하면 좀 암담하긴 하다. 그게 아니라도 걱정스러운 일이 많은데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분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괴로움을 주는 사람들과 시공간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멀어지고 싶었다. 보지 않고, 연결되지 않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니까.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가운데 휴식을 취하거나 위에서 말한 행위를 하면 그나마 조금 낫다. 걸으면 능동적으로 움직이니 용기도 더 생기고 책을 읽으면 지식이 쌓이고 통찰을 얻으니 시야가 확장된다. 금세 까먹는 것도 많지만. 그렇게 충전을 잘해도 요즘은 다음에는 또 어떤 언짢은 일이 있을까란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고 마음이 복잡하다. 그래선가. 토요일 밤에 잠을 설치고 일요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한숨도 못 잤다. 과잉 생각 때문이라고 보련다.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작은 문제가 이어지다 보니 속앓이와 스트레스도 쌓인다. 이렇게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에 특별한 기쁨을 욕심내는 건 아니지만 큰 기쁨이 있는 일상은 아니고 별일 없으면 다행이고 그게 기쁨이다.

어찌 매일 즐거울 수 있겠나. 소소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해야 할 일 제대로 하고 좋은 결과를 내고 나를 잘 통제하고 주변에 별일 없다면 그게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힘든 시간 보내고 나면 아무 일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깨닫게 된다. 내 가치관은 시련도 하나님 뜻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돌아보며 살아가야 하지만 말이다. 다만 기쁨과 즐거움의 빈도나 강도는 어린 시절보다 현재 더 약해진 것 같기는 하다. 그게 어른의 삶인가란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즐거워지기 위해 의식적으로 애쓰는 것도 소모적이라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감정도, 생각도 최악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애쓰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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