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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I Jul 22. 2021

혼자 떠나온 여행의 반성

   오랜 시간 이곳 바라나시의 품 안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답이 없는 갠지스를 바라보며 이곳에는 내 몸을 던 질 곳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머릿속의 해무가 가라앉기 시작하며 잔잔한 물결이 보이기 시작했기에 나는 다시 짐을 꾸리고 있었다. 그리고 계획에 전혀 없던 카주라호로 가는 열차표를 구했다.  언제나 그렇듯 떠나기 전 날에도 숙소 주변을 걸었다. 정리되지 않은 발걸음은 정처 없이 좁은 골목으로 빠져 들어간다. 정신을 차릴 무렵 나는 강가 주변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젊은 뱃사공의 배에 오른다. 


   젊은 뱃사공이 마음에 든다. 그의 낡은 나룻배에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가를 보여준다.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그의 이름도 좋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강 위를 떠다닌다. 온몸을 밀어내고 있던 이의 질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도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그 젊은 뱃사공에게 던진다. 우리는 밤을 맞이하는 해처럼 빠르게 서로의 문답에 빠져들어갔다. 그러던 중 배는 흘러 한 화장터 앞에 멈추었다. 


   막 장례가 시작되었고 꽃과 고운 천에 곱게 싸인 고인이 들어왔다. 고인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부모, 보낼 수 없는 자식이며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리라. 쌓인 나무에 불이 붙는다. 맹렬하게 타는 불은 삶은 공(空)이라는 듯이 고운 천과 아름다운 꽃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워버린다. 연기는 높게 하늘로 오르고, 잿가루는 산자에게 축복을 내리듯 눈처럼 불꽃 위를 날린다. 알 수 없는 공허함이 가슴을 관통한다. 이 순간의 잔상이 꺼지지 않도록 노트를 꺼내어 악필을 휘갈기지만 아무리 고쳐 써보아도 이 찰나를 담을 수 없다. 그러기에 그저 머릿속 저편 깊은 곳에라도 담아두기 위해 되새기고 또 되새길 뿐이다. 

화장터의 모습

   배를 돌려 다시 숙소로 향하였지만 그 여운이 계속 나의 뒤를 따른다. 숙소로 들어와 방의 문을 잠가보지만 어느새 들어와 있다. 문득 사랑하는 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이 느낌을 전할 수 있노라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음은 그들을 두고 혼자 떠나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로 이 골방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다. 고이 숨을 내쉬고 차분히 엽서를 꺼내 펜을 든다. 이 느낌을 전할 수 있는 이가 내 떠나온 곳에 있음을 기억하면서...


내 갑자기 떠나거나

그대 갑자기 떠난다면

그 이별은 상상할 수 없을 때

아무도 모르게 오겠지?

그때마다 남은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까?

그것이 그리움이라면 

그리워함이 아름다울 수 있었으면 좋겠소

그립기에 그대가 무너지지 않기를...

나 역시 그렇게 하겠소

하지만 약속하지 못하는 이 마음만 봐주시오.

그대가 내게 보여준 것은

한 없이 믿어주는 사랑이었기에

당신께 하는 부탁을 나는 지킬 수 없을 것 같소.

이곳 갠지스에 당신과 다시 온다면

부끄럽지만 글이 아닌 입으로 이 말을 전해주고 싶소.


   지난 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이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그들은 늘 나의 바보 같은 결정에 용기를 주는 이들이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믿어준다. 나의 생각, 가치관, 비 현실적인 삶의 모습 모두 존중해준다. 그러기에 언제나 미안하다. 그리고 한순간에 달려갈 수 없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으니 그 아쉬운 마음이 더 커져간다. 


   주소까지 적은 후 펜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다 쓴 엽서를 조용히 손으로 움켜준다. 너무나 세게 쥔 탓에 보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다. 못내 미안함에 보낼 수 없음을 스스로 알기에 말이다. 자리를 정리하고 숙소를 나오니 평소와 똑같지만 다른 느낌의 거리가 시나브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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