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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I Aug 23. 2021

모래 이불을 덮고 누워서

   빠르게 진행되던 나의 삶이 이곳에서 점점 느리게 바뀌어갔다. 인도에 적응되는 만큼 마음은 점점 여유로워진다. 처음 이 땅을 밟았던 몇 주 전만 해도 혼란해하고, 초조했었는데 그 당시의 나로서는 지금을 상상할 수 없었으리라.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상황과 친해지는 방법을 배웠다. 더운 곳에서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방에서 잠을 자고, 와이파이마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길을 찾는 방법을 익혔다. 휴대폰을 손에서 놓고 살아가는 법을 되찾았으며 비어진 손에는 책이 자리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한 인도 전력사정으로 인해 한 밤 중 전전 속에서도 밝음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러다 보면 공허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 공허는 불안감이 되어 따라붙었다. 아직 질문조차 없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였는데 이렇게 평안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불안이다. 그래서 나는 사막으로 떠나기로 했다. 가끔씩 따라붙는 이 불안에 대한 답을 사막에게 얻고자 했다. 그리하여 버스에 올라서 서쪽으로 또 서쪽으로 이동했다. 다른 곳보다 태양이 더 뜨거운 곳에 버스가 멈추어 서고 빛이 모든 것을 황금 색으로 만드는 마을에 도착했다.

   밝은 빛의 태양은 눈조차 뜨지 못하게 하였다.  뜨거움에 살갗은 붉게 화상을 입어 벌레처럼 껍질을 벗고 있었다. 거기에 잦은 정전은 사막의 더위를   느낄  있게 하였다. 그러기에 가장 밝은 시간  피난처이자 유일한 안식처는 어둡게 그림자  곳뿐이었다.  나무가 보이면 나무 아래 그림자로 들어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 위치에 몸을 움직여 숨을 돌렸다.  뚫린 루프탑 평상보다는 캐노피가 있는 건물  벽이  좋았다. 그림자와 어둠 속으로 숨어드는 이런 나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밝음과 빛은 나에게는  생명이었고, 옳음이었다.  빛의 인도를 따라서 살기를 바랐고,  아래 있을 때만   있는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나를 마르게 하는 밝음이고, 나를 태우는 빛이었다. 그래서 오후면  어두운 그림자 속에 멍하니 앉아 팔에 피어오른 이분법의 허물들을 뜯어냈다.

   더 깊은 사막으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낙타에 올라탔다. 꾸부정한 상태에서 힘겹게 일어나는 낙타의 눈에는 아무런 의욕도 없어 보인다. 그 피부에는 작은 날파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승차감이 상당히 불안했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낙타에 등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작은 파리들은 낙타와 내 피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양인지 쉴세 없이 내 다리로 달려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고운 모래의 사막이 나왔다. 모래 위로 몸을 던져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포근하고 부드러운 사막이 나왔다.

   모래 언덕 한편에 자리하고 앉자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 우리를 따라오는 개는 없었다. 마을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잘못 들은 거라 생각하고 모닥불을 피우는데 다시 "멍, 멍" 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심히 소리 나는 곳의 모래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니 개 한 마리가 누워서 혼자 짖고 있다. 누구와 저리 열심히 대화하는 것인지 허공에 대고 짖기만 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몸을 일으킨다.

   이곳 사막에서 사람을 기다렸던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서 혼자가  것인가?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높은 사막 언덕 아래서 꼬리 치며 나를 바라본다. 별로 위협 않음을 확인한 나는 모닥불로 발을 돌리고   사막의 개는 높은 모래 언덕을 돌고 돌아 어느새  주변을 서성였다. 마치 자신의 집에  손님을 맞이하듯이 말이다. 저녁으로 먹던 닭의 살점을 때어내어  사막의 주인인 개에게 주었다.   것이다. 그러자  사막의 주인은  이부자리에 빠진  없는지, 불편한  없는지  번씩 같은 자리를 맴돌며 확인해주었다.

   집주인의 비호 아래 사막 모래 위에 가벼운 담요를 깔고 잠을 청한다. 자리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별 빛으로 가득하리라 생각했지만, 하늘은 오로지 달빛이 내려앉은 땅과 같을 뿐이다. 눈을 감는다. 집주인도 잠들었는지 고요하다. 잠들 무렵 사막의 소리가 들려온다.



단 하루도 조용히 살아보지 못했지 않은가?

그러기에 여기서 고요함에 빠져 보게나.

너의 삶도 모래와 같지 않던가?

쉽사리 부서져 뭉쳐지지 못하는 모래 말일세.

그러기에 배낭을 메고 걷고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조금 더 부서져 보시게.

그리하면 당신은 고운 가루가 될 걸세.

그 가루는 누구도 상처 입히지 못한다네.


사막의 밤은 많이 춥다네

마치 당신의 하루처럼 말일세

그러니 내게로 더 다가오시게

나에게는 곱게 부수어진 모래가 있다네

이 모래를 덮으시게, 포근할 걸세

더 깊숙이 들어와 덮으시게나 나그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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