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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01. 2024

도7. 기氣는 반대되는 것이 하나가 되게 이어준다

우리나라는 아직 노벨평화상 외에는 노벨물리학상이나 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서 노벨상 발표 시즌만 되면 언론에서는 이를 부러워하는 기사를 쏟아내곤 했습니다. 일본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는 유카와 히데키입니다. 유카와 히데기는 물리학자로서 중간자의 존재를 예측했는데, 중간자가 실제로 관측되면서 194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유카와 히데기는 어릴 때부터 중국 고전을 공부했는데 그가 중간자의 존재를 예측할 때 도덕경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지고 양을 껴안고,           

가운데 기氣로써 조화를 이룬다.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

만물부음이포양萬物負陰而抱陽,

중기이위화中氣以爲和.

- 41장     


유카와 히데키는 《도덕경》 41장에 나오는 ‘만물은 음을 지고 양을 안고 있다. 가운데 기로써 조화를 이룬다’는 문장을 떠올리면서 추론을 펼쳐나갔다고 합니다. 양陽은 ‘밝음’, 음陰 ‘어둠’이라는 뜻으로 서로 반대되는 것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유카와 히데기는 ‘가운데 기로써 조화를 이룬다’는 문장을 떠올리면서 핵자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하여 강력을 매개하는 입자를 도입하였습니다. 이 입자의 질량이 전자와 핵자의 중간 정도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중간자’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그의 이론에 대해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이었고 당시 유명한 과학자였던 닐스 보어는 1937년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자네는 그렇게 새로운 입자를 만들고 싶은 건가?”라며 유카와를 비난할 정도였습니다. 훗날 이 입자의 존재가 실제로 관측되면서 1949년 유카와 히데키는 일본인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만물은 음을 지고 양을 안고 있다’는 것은 ‘양은 음을 지고 있고, 음은 양을 안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1장에서 설명한 도 속에는 도 아님이 포함되어 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 제가 주목하는 단어는 ‘기氣’입니다. ‘기氣’라는 단어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 단어죠. ‘기운이 없다’, ‘기가 세다’, ‘공기’, ‘기세’ 등등. 여러 형태로 쓰입니다. 이처럼 많이 쓰지만, 사실 기氣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최근 학자들은 기氣를 전기電氣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자, 노자의 설명을 꼼꼼히 분석해 봅시다. 노자는 ‘음을 지고 양을 껴안는다. 가운데 기로써 조화를 이룬다’라고 했습니다. 이때 기는 음과 양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기는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합니다. 기는 음과 양의 가운데서 음과 양을 이어주는, 매개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음과 양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것을 이어주는, 그러니까 하나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기氣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음기陰氣, 양기陽氣 같은 말들은 틀린 용례인거죠. 

기氣가 왜 중요하냐면, 앞에서 설명했듯이 ‘서로 반대되면서 하나’인 이 쌍은 서로 분리되어서 번갈아 출현하기도 합니다. 이때 번갈아 출현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氣가 반대되는 것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가 사라져 반대되는 것을 하나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번갈아 출현하지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기라는 것은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감각 기관으로는 기를 인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 반대되는 것이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사랑과 미움은 반대이면서 하나이지만 나라는 단일 존재에게는 번갈아 등장합니다.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사랑이 그와 반대되는 쌍인 미움으로 바뀌어 출현하는데, 이때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기입니다. 이 기는 감각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사랑과 미움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어쩌다가 우리는 이 기를 인식하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이 기인지 모를 뿐입니다. 이 기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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