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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Feb 27. 2016

#3. 아스완, 람세스의 도시

이집트, 아스완 - 아부심벨 신전 투어

# 2010.07.25-26  아스완에서 람세스를 만나다.


룩소르보다 더 적도에 가까운 도시, - 나일 강 상류, 아스완으로 향하여 아부심벨 신전의 특별한 투어를 계획했다. 오후 늦게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룩소르 역으로 향했다. 함께 동행하던 대학생들이 카드를 잃어버린 탓에 조금 지체하여 헐레벌떡 기차로 달려들었다.  파라오의 장식이 곁들여진 낡은 느낌의 기차엔  1량에 5-6명의 승객이 다였다. 탈 것들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의 하나인 기차에 대해 별 의심 없이 선택했으나, 역시 여행길엔 언제나 돌발사건이 한번 씩은 일어나는 법이다.




출발 후 두런두런 각자의 사는 얘기들을 나누며 1시간여쯤 달렸을 때쯤, 갑자기 파파팍 팡! 하는 굉장한 소음과 함께 차창이 깨지며 객차로 파편이 날아들었다.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묵직한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고, 유리 파편이 좌석 이곳저곳에 흩뿌려졌다. 가장 근처에 앉아있던 현지인에게 파편의 일부가 튄 것 같았다.운이 좋았는지, 우리가 있던 좌석까지는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그 큰 굉음과 파편이 준 공포는 가볍지 않았다.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중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 일종의 '두려움'의 실체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그 거리감이 편견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직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테러일까, 저격일까' 


그 짧은 순간에 스쳐간 여러 가지 공포의 감각으로 가슴이 뛴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올 위험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일시 정지. 아무도 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얼어붙었다. 몇 분 후, 파편을 정리하러 객차로 들어오는 승무원을 보자마자, 테러인지 물었다.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답을 주었다.


'It’s hot.’


어이없게도. 태양신의 위협이었다. 40도가 넘는 중동의 날씨가, 테러만큼이나 우리를 떨게 한 사건이 될 줄은. 그나마 테러가 아니라니 다행이었고, 게다가 <운이 좋아서> 그 피해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도 얼마나 다행인 것인가를 되뇌었다. 그렇게 자연에 대한 불안과 겸허의 감정상태를 오가던 몇 시간이 흐르고, 뛰던 심장이 조금씩 편해질 무렵, 아스완에 도착했다.


아스완은 작은 도시였다. 밤거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그리고 쾌적하기까지 하다- 밤낮의 일교차가 매우 큰 중동의 여름밤은, 낮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공기가 된다. 함께 한 동생들과 저녁을 먹고, 역 근처의 수크(시장)를 구경하고, 예약해두었던 호텔에서 일찍 잠이 들었다.


새벽, 아스완의 아부심벨  


아스완이라는 도시에서 훨씬 아래에 위치한 아부심벨로 향하는 일정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이 곳은, 이집트가 자랑하는 유적의 하나로, 철저하게 관광경찰에 의해 접근이 통제되는 곳이다.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홀로 출발할 순 없단다. 새벽 4-5시경 픽업을 온 가이드를 중심으로 그룹이 만들어진다. 위대한 유산을 지키는 그들은 관광객들을 인솔하여, 정해진 시간에 관람을 하고, 정해진 시간까지 퇴장시켜야 하는 '그들만의 규칙'을 따라야 했다.

 

새벽 4시. 눈만 비비고 일어나 또다시 새벽에 작은 미니버스에 몸을 싣고, 처음 보는 일행들과 함께 아부심벨로 향했다. 또다시 광활한 사막이 시작되었다. 황무지 너머로 해가 뜨고, 보이는 것은 하늘과 땅, 흙바람과 뜨거운 태양만이 있는 거대한 공간을 지나, 깊은 시간의 강을 거슬러 가니, 람세스 2세의 흔적-그들의 영혼을 담은 붉은 신전이 나일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완의 새벽, 아부심벨 신전으로 가는 길

.


신전은 해석이 어려운 상형문자로 기득하다. 그 새김에서 느껴지는 절도있는 면처리, 힘과 완성도에서 그들이 표현하는 인물과 그들이 기록하는 이야기들이 주는 가치를 짐작할 수밖에 없다. 고대 조각이 주는 선명한 형태의 매력은 여지없이 이곳에서도 펼쳐졌다. 그들의 삶은 이 황량한 바위와 모래의 땅에서 가혹하고도 치열했을 테지만, 그들에게 '나일'이 있었고, 또 한 편으로는 이렇듯 명징하게 자신들의 권력과 이상을 펼치고 문명을 만들었겠지.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남아있는 '조각'이 내뿜는 대단한 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각 전공자의 눈으로 더 애정을 실어 보아 더 그랬을까. 볼륨과 균형이 완벽한 이 돌덩어리를 보자면, 전공자랍시고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운, 경이, 자체다.

아부심벨 신전 바로 앞에는 이렇게 전경을 관람할 수 있도록 관람석 같은 벤치가 만들어져 있다.


그룹으로 출발했기에 주어진 개별 관람 시간을 쪼개어 시간을 갖기로 했다. 조망을 위해 만든 것 같은 신전 앞 벤치에 앉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큰 숨을 고르며 감동을 추스려야 했다. 뜨거운 열기에 호흡이 가빠오는 것과 별도로 이들이 몇 천년 묵혀왔던 시간과 공간이 주는 위압감은 더욱 큰 무거운 공기였다.


  다시 아스완 시내로 돌아와, 나일강변의 맥도날드에서 오랫만에 상큼한 햄버거 세트로 '도시음식'을 처방하고, 룩소르행 기차를 탔다. 돌아오는 길엔 새벽부터 강행군을 했던 터인지 꿈벅 잠에 들어 기억조차 없다. 저녁 일정은 룩소르의 나일강 주변을 산책하며, 마차를 타고 룩소를 한 바퀴 돌았다. 미라 박물관, 룩소르 신전, 카르낙 신전 등, 아름다운 나일강의 노을을 홀로 조용히 마음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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