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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작가 Jul 20. 2021

#4. 룩소르, 서안 기행

파라오의 무덤

# 2010. 07.27. 룩소르 서안 코스 : 죽은 자들의 땅 


룩소르는 나일강을 기점으로 동안과 서안으로 나뉜다. 동안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서안은 죽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철저한 그들의 역사가 녹아있다. 서안에는 왕의 무덤과 제사 의식을 치르는 장제전과 무덤이 남아있고,  동안은 룩소르, 카르나크 같은 신전과 궁전으로 이어지는 탑문 같은 유적이 남아있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핫셉수트 장제전, 돌과 모래, 태양만 가득한


왕가의 계곡 

 ‘왕가의 계곡’. 일종의 신 왕국 시대의 파라오들이 만든 공동묘지인 셈이다. 과거의 왕들처럼 더 이상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고 투트모세 3세와 세티 1세, 투탕카멘을 비롯한 여러 왕들의 무덤이 모여 있다. 왕가의 계곡에서 가장 유명한 무덤은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된 투탕카멘의 묘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입장료가 있는 유적의 핵심부에선 카메라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사진은 없고, 아주 작은 무덤 입구로 기어가듯 계단을 내려가 어둠 속에서 벽화와 부조를 만났던 기억만이 어슴프레 남아있다. 좁은 실내에 찌는 듯한 더위에,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무덤 입구에선 작은 박스 종이 조각을 들고, 부채로 사용하라며, 몇십 파운드에 파려고 했던 이집션의 뻔뻔 냉랭한 장사꾼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한 문화도 이집션의 모습이라니 싶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현실.


핫셉수트의 장제전

신왕국 시대, 여성 파라오였던 핫셉수트의 장제전은 꽤 규모가 있고 관람에 쾌적한 분위기였다. 기원전 15세기 하트셉수트 여왕을 위해 지은 것으로, 석회암 절벽 아래 3개의 단으로 지어진 웅장한 신전 같은 무덤이다. 다른 유적과 달리 장제전의 구조는 특이하게도 현대적인, 직선의 절제된 멋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핫셉수트의 거상이 늘어서 있는데, 여성 파라오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전혀 없다. 턱에 수염을 달아 항상 남성으로 묘사되었다고 한다. (여성이라는 사실은 18세기쯤 알려졌다고)  (* 그녀의 이런 '여성'으로서의 독특한 권력자의 모습은 주디 시카고라는 페미니즘 아티스트의 작품, <디너 파티 Dinner Party>에서 신화적·역사적 대표 39명의 여성을 기리는 설치미술의 형식에도 나타난다. )








멤논의 거상,  서안 투어의 필수 코스이다.


습기와 그늘을 찾아볼 수 없는 이 거친 땅덩이에 몇 천년 간 살아온 건,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많은 상형문자와 그림들의 내용을 좀 더 짐작해볼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친근한 체험일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교과서의 한 귀퉁이에서 조각으로 만난 파라오의 모습을 이만큼이나 강렬하게 만나 볼 수 있었다는 경험만으로도 아직도 쉽사리 잊을 수 없는 '뜨거움'이 있었다.


룩소르와 아스완에서 보낸 계획 없이 갈팡질팡, 즉흥적으로 3박 4일은 그야말로 40도를 넘나드는 태양만큼이나 강렬하고, 진귀했으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며칠 전만 해도, 업무에 찌들어 야근하기 일쑤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멀고 먼 생경한 땅덩이에, 기원 전 몇 천 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온 듯 기이한 경험들을 하고 있자니, 현실 감각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이런 저런 사색을 할 겨를도 없이 바빴다. 여행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떠나온 까닭에 룩소르에서의 일정이 너무나 무계획이었던 탓이다. 뭘 계획하지 못했으니, 오히려 이리저리 주변 일행들이 나서는 투어에 어울리며 쉼 없이 꽉 찬 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택시 섭외를 제안해 출발을 하게 되는 바람에, 나의 첫 이집트, 사막의 진면목을 보여준 빛의 도시 룩소르와 차분한 이별을 치르지 못한 것이 미련으로 남아있다. 룩소르 역사 근처에서 맛집을 발견해서 즐거웠던 찰나, 갑자기 도망치듯 헐레벌떡 다음 도시 후르가다로 떠나게 되었다. 4시간, 사설 택시를 나누어 타 홍해의 도시- 후르가다로 이동하기로했다.

후르가다 가는 길
룩소르에서의 마지막 식사, 그리고 또다시 긴 여정
황무지를 거슬러 드디어 휴양도시 후르가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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