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은 바람보다 매섭다
* 이 그림은 약간의 변형을 한, 모작입니다.
어떤 순간은 바람보다 매섭다. 누구에게나 살다 보면 그런 계절이 찾아온다. 겨울철 바람보다 날카로운 그런 추운 계절이. 그런 계절은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내 살을 한 움큼씩 베어가곤 한다.
꿈을 꾸듯 유랑하며 세계를 누비듯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항상 현실세계에 갈증을 느낀다. 시간이란 물을 마시며 살아가지만 더 이상 그것으로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 순간엔 결국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마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란 게 전부 다 그런 것일까.
나 또한 언젠가 떠나게 될 것을 직감한다.
그것은 여행일 수도, 누구에게나 찾아올 죽음이라는 무서운 존재일 수도, 방학 같은 휴가나 짧은 휴식일 수도 있다.
떠나기 위해 오늘을 살고, 살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모순 같아 보이지만 이것은 어쩌면 삶의 진리와 같은 것이다. 지구인으로서 지구에서 사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이 지구를 떠날 날에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기를. 오늘도 인간의 지침서를 베개처럼 껴안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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