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미래
고백하건대 나는 지금껏 꽤나 많은 연애를 해왔다.
연애를 해오면서 나와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도 꽤 있었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몇 번 반복하니 이제는 그 말을 쉬이 믿지 않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비혼주의자였고, 현재는 비혼주의자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애는 행복한 연애도 많았지만, '이 새끼랑 내가 진짜 결혼을 해야하나?'싶은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지금 나의 남자친구는 그런 생각이 1도 안 들게 하는 사람이다.
물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비혼주의자로 오래도록 살아온 나에게 결혼이라는 것을 결심하게 한 지금의 남자친구가 고마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조금은 이기적이게도.. 오빠가 한 번쯤은 '아이 꼭 안 낳아도 된다. 너만 있으면 된다.' 라고 진심으로 말해주었으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는 어린이를 좋아하고 어린이를 대하는 일을 지금껏 줄곧 해오고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그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일테지.
나는 그 게임에 쉽사리 뛰어들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이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고 앞으로의 인생도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
그러나 내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은 해본 일이 없다.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크게 아프기도 했고. 물론 지금은 괜찮지만 혹시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에게 악영향이 가진 않을까 걱정도 되는 바이다.
나는 그림도 그리고 살고 싶고, 책도 계속 읽고 싶고, 일도 공부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요즘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동시에 내가 사랑하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일이 생길까봐 두렵다.
나는 그 기로에 서면 과연 어떤 것을 택하게 될까.
사실 내 깊은 속마음은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사랑받는 여자친구이고 아내였으면 좋겠다.
지금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상상을 해보자면 그렇다.
내가 언젠가 나의 병으로 인해 남자친구를 떠나보내야 할 날이 있을수도 있다는 말에 이모들은 눈물 지었다.
사촌동생들은 그까짓 거 그냥 몸에 왕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모두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남자친구도 내 병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과연 마음 깊숙이 이해하고 있을까..?
내 병에 대해 얘기할 때면, 두렵고 생각이 많아진다.
좋아하는 사람도, 내 인생도, 내 미래도 모두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욕심일까.
더 이상은 아프고 싶지 않다.
그 당시 나를 힘들게 한 그 사람들은 이제는 만족했을까.
나는 여전히 그릇이 넓고 큰 사람으로 살고 싶다.
ps. 요즘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상상을 처음으로 해봤다.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라면, 기분 좋을 것이다.
그 아이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 사람을 발견한다면 더 없이 행복하겠지.
어쩌면 그 소소한 행복이 나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