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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의 마음 Jun 25. 2024

번아웃을 느낄 새도 없이

기억의 색깔




한 때 번아웃이 의심될 정도로 약간 무기력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는 잠을 굉장히 많이 잤었고 -

시간을 지금처럼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엄마 따라 마트나 백화점 가는 것이 그나마의 일상이었다.



그때의 기억은 조금은 회색빛이다.

빛바랜 회색빛.



마트에 간 것이 후회되지는 않지만 어쩌면 난 더 생산적인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내가 지금 그 나이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텐데.



그러나 지금도 엄청 많은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 아쉬운 시기가 있다.

사실 누구에게든 그런 시기가 있을 수 있겠지.



나 또한 20대에 굉장히 열심히 산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그 시기를 따라가긴 어려울 정도인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열심히 산 시기는 살아감에 있어서 삶의 자존감을 적립해준다.

그때 해냈던 소소한 성공들은 지금도 크고 작은 성공들을 해나갈 수 있게끔 도와준다.



얼마 전 미술치료 실습을 진행하며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빨간날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했다.



일하고 학업하고 일하고 실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빨간날도 일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한 일들이 끝나고 나자 약간의 쉴 수 있는 텀이 나에게 주어졌다.


한동안은 번아웃 시기 때처럼 잠을 많이 잤다.



그간 못 잔 잠을 몰아자는 것 처럼 잤다.

121개의 회기보고서 중에 이제 3개의 회기보고서만 쓰면 된다.

그렇게 모든 게 정리되고 나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질 것 같다.



나는 오늘 번아웃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떤 글에선 내가 번아웃 극복하는 법에 대한 글을 쓰긴 했으나 - 

적어도 오늘은 그저 내 마음을 다스리고 정리하고 싶었달까.



내 인생은 지금까지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쉬이 이룬 것은 없다.



모든 게 내 노력 덕분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찍어서 맞는 문제도, 내가 찍었을 때는 맞추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인생에서 지금까지 단 세 번 해 본 로또도 그러하였고, 운이 좋다기 보다는 노력형 인간에 가까웠다.



운이 좋았다면 노력에서 나온 운이였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방학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휴식을 나름대로 만끽하고 있다.



조만간 여행도 갈 예정이다.

새삼 내가 여행을 떠난다는게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무사히 잘 다녀오길 바랄 뿐이다.



그 여행의 기억으로 또 하루하루를 살아갈테니 말이다.



나의 첫 홀로 국내 여행지였던 강릉이 내게 그러하였듯이..



이번 여행예정지인 일본도 내게 어쩌면 그런 존재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의 나는 번아웃마저 느낄 새도 없이 내 삶의 한 순간순간이 아쉬움 뿐이다.

한 시라도 쉬이 놓쳐서는 안될 것 같은 그런 아쉬움이다.



먼 미래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봤을 때 또 회색빛 기억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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