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록에 꼬리표붙이기
기록의 선별을 마쳤다면, 기록의 메타데이터를 작성해야 한다. 메타데이터란 기록물과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정보이자, 기록물의 생산맥락을 구조적,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기록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정보다.
쉽게 말해 필요한 기록을 검색할 수 있게 하는 기록물의 제목이나, 생산자, 생산연도 등 기록과 관련된 데이터들을 메타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에는 이러한 메타데이터의 원칙을 정리한 <기록관리 메타데이터 표준>을 마련해 공공기관의 기록물이 일관성있게 정리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내 기록은 공공기록물이 아닌 나 자신의 활용을 위한 것이니까, 나에게 의미있는 정보들로 메타데이터를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상세메타데이터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일단 기본적인 요소부터 채워나가보자. 각각의 일기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일기의 식별번호가 필요하다.
생산자, 생산일자는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역시 이 기록물을 다른 기록과 변별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정보이므로 작성되어야 한다. 또 일기를 선별하였고, 전부 수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별된 기록의 분량을 따로 표시하여 일부인지 전부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추후에 기록물을 카테고리화할 수 있도록 형태, 출처, 시기별로 분류했다. 대부분 문서기록이기 때문에 형태분류는 크게 변별력은 없지만, 해당 아카이빙에 사진, 박물(영화 티켓 등) 기록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구분을 위해 표시해두었다. 일기의 생산일자가 있지만, 나중에 연도를 따로 태깅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시기분류도 해두었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출처분류이다. 일기의 출처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출처는 나인가? 그것은 생산자 정보와 겹친다. 보관한 장소를 기록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고민 끝에 일기를 최초로 작성한 장소를 출처로 삼기로 했다. 20대 시절 나는 주로 원룸생활을 하느라 2년마다 집을 옮겨다녔다. 그래서 어느 집에 머물러 있을 때냐에 따라 어디 회사를 다녔는지, 누구와 주로 생활했는지,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 구분되기 때문에, 출처분류는 일기를 작성한 기준으로 정리했다.
해당 일기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description)을 붙였고, 나중에 디지털화했을 때 주제별로도 분류될 수 있도록 태그를 붙였다. 태그를 선정할 때에도 일기를 요약하거나 내용에 중복되는 태그가 아니라, 기록에서 의외의 요소를 발견하거나 당시 시대상과 연관있는 단어를 태그로 꼽기로 했다.
이를테면 2007년 4월 1일의 일기에는 FTA로 교통이 통제되어 돌아갔다는 짤막한 기록이 나오는데, 이것은 2007년의 뉴스와도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다. 이러한 태그나 뉴스를 연결할 수 있다면, 단순히 이 일기가 나의 내밀한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07년에 이십대였던 몇몇 사람들의 기억과 연결될 수 있는 고리로 작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메타데이터의 양식을 스스로 설정해, 각각의 기록물마다 상세정보를 입력해주었다. 우선 PPT로 정리했다. 왼쪽엔 일기장 캡쳐본을, 그리고 좌상단에 해당 일기장의 표지를 삽입했다. 오른쪽엔 상세정보를 정리했다. 바느질을 하듯 한땀한땀 지난한 아카이빙 작업을 해나갔다.
할 때는 왜 이런 짓을 시작했지 싶지만, 한 권의 기록으로 정리되었을 때, 그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었다. 메타데이터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이 기록물을 책으로 만들 때, 이 사진과 상세정보가 어떻게 페이지에 구성되면 좋을지도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