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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Mar 26. 2022

아카이브,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기

12. 샘플북을 바탕으로 수정하고, 목차 재구성하기

출판까지 해야

온전한 아카이빙


아카이빙한 자료들을 이제 출판하는 일이 남았다. 아카이빙은 앞단에서 끝난 것일까? 가치있는 자료를 선별해서 잘 보존하고 이용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앞에서도 강조한 아카이빙의 목적이라면, 일기장을 정리하고 디지털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출판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는가. 파일로 가지고 있어봤자 절대 들여다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원자료는 편집하고 가공해서 콘텐츠로 만들어야만 수명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편집하지 않은 촬영 소스, 가공하지 않은 아카이브 자료의 수명이 짧다. 보존 기간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이용빈도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말이다. 


온라인상의 콘텐츠로 만들든지 책처럼 오프라인 콘텐츠로 손만 뻗으면 펼쳐볼 수 있게 해두어야 내 기준에서는 이용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출판하는 단계까지 내 일기아카이빙 작업에 포함된다. (이것은 내 일기의 보존과 활용도를 염두에둔 판단이다. 각개 기록물에 따라서 더 잘 보존하고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출판은 또 완전히 다른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언스플래쉬


속성, 독립출판 A to Z


 책이나 인터넷 자료를 참고해서 독립출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했다. 우선 샘플북을 출력하기로 했다. 일기 이미지가 제대로 출력되는지, 내용을 더 추가할지 뺄지 책 두께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인터넷 인쇄업체를 물색하여 샘플북 신청을 했다. 인터프로 인디고(https://www.interproindigo.com)를 선택했다. 


사전 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쇄 설정을 엉성하게 입력했는데, 다행히 인쇄 담당자님께 전화가 와서 내가 신청한 내용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설명도 해주고, 수정을 요구했다. 요청한 대로 파일의 형식을 수정하고, 권해주는 용지로 샘플북을 출력해 받았다.      


  샘플북을 받아보고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PDF 원고를 볼 때는 문제가 없어보였는데 인쇄를 하고나니 사진의 품질이 많이 떨어졌다. 휴대폰 성능을 믿고 휴대폰에 있는 스캐너를 주로 활용하고, 간간히 사진으로 촬영했는데, 사진으로 촬영한 이미지에 비해 스캐너 이미지 화소가 너무 떨어졌다. 


급한대로 가독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이미지를 다시 촬영해서 교체했다. 애초에 휴대폰 스캐너를 사용했으니 혼자서 그 많은 분량을 디지털화할 수 있었지, 한 장 한 장 사진이나 스캐너로 작업해야 했다면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추후 작업할 때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해서라도 더 좋은 화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또 하나는 너무 얇은 종이를 사용했더니 책이 너무 얇게 나왔다. 샘플 종이를 사서 내가 원하는 느낌의 종이질이나 두께를 결정하려고 했는데, 이게 득이기도 하고 독이기도 했다. 좋은 종이에 대한 욕심이 괜히 생겨서, 그냥 마음에 드는 종이인 스노우지를 골랐다. 결국 책 크기나 표지에 비해 내지가 너무 뻣뻣하게 나와서, 책이 내지를 감당하기 벅찬 꼴이 됐다. 비싸고 두꺼운 종이라고 꼭 이 책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이번에 배웠다.      


왼쪽은 얇게 출력된 샘플북. 오른쪽은 인터넷에서 주문한 종이샘플북. @느루양


최종적으로 목차 정리

이미지, 부록 추가


책에 필요한 구성도 다시 한 번 정리했다. 목차와 서문 정도만 써두었는데, 샘플북을 참고하여 간략한 20대 연표를 삽입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내가 평소에 얼마나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메모 이미지 사진도 추가했다. 예전에는 펜만 있으면 냅킨, 영수증 등 닥치는 대로 낙서하고 메모하곤 했는데, 심지어 그 냅킨과 영수증까지 고이 모아둔 상자가 있어, 그 이미지를 활용했다. 앞에서 간략하지만 충분히 나에 대해서 소개를 한 뒤에 본격적으로 일기 기록이 나오도록 구성했다. 


일기는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된다. 다섯 파트에는 각각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가능한’ ‘사랑의 기원’ ‘거울을 좀 보세요. 어딘가 좀 달라졌을 거예요’ ‘눈부신 평범함’ ‘끝나지 않아서 끝없는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 제목들은 전부 내 20대 시절을 상징처럼 표현해주는 말이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던 책 제목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가 한 말도 있고, 내 스스로 내 한 시절에 붙인 말도 있다.      


목차를 짜고, 앞장에 화보처럼 기록이미지를 첨부했다. 예전에는 저렇게 온갖 영수증과 티켓에도 메모를 꼼꼼이 했다. @느루양


일기가 끝나고 바로 책이 끝나버리면 아쉬우니까 나름의 부록을 붙였다. 지난 번, 일기와 함께 아카이빙 상자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편지에 관해서도 기록해두고 싶었다. ‘두 손으로 남긴 사랑의 문장들’ 이라는 여섯 번째 파트의 글은, 고민 끝에 편지를 그대로 담지는 않고, 그 편지를 읽고 느낀 감상을 적은 브런치 글(우리가 나눈 사랑의 문장들)을 옮겨두었다.  


마지막 일곱 번째 파트에는, 이 일기 아카이빙 작업을 하면서 일기 속에 나오는 두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실었다. 이 기록 역시 브런치에 정리해둔 내용을 참고해서 썼다. (일기에는 오늘의 무엇을 남기면 좋을까?) 마지막 페이지에는 책의 지은이, 디자이너, 저작권 등 책의 메타데이터 내용을 삽입하고, 최종 마무리했다.     


이렇게 해서 나의 일기 아카이빙 북 <끝나지 않아서 끝없는 이야기>를 완성했고, 인쇄를 맡겼다. 내 십년 치 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내 손 안에 들어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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