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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민기 Oct 04. 2020

빵집 주인이 되고 싶었다

오늘도 빵생각 - 김민기 쓰고 그림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학교를 졸업하면 빵집 주인이 되고 싶었다. 빵에 둘러싸인 하루는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등하교를 하다가, 집 앞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주말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침대에서 꿀잠을 자는 것 대신 빵집 출근을 택했다.


  주말마다 빵집 주인이 된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빵집은 10평 남짓, 아주 작았다. 매장 한편에는 제빵기사님이 빵을 굽는 공간이 있었고, 나는 제빵 공간을 제외한 매장을 돌보는 일을 했다.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직원용 앞치마를 두르고 어제 남은 빵들을 정리했다. 그다음으로 오븐에서 나온 빵들의 열기가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빵을 포장한다. 빵이 망가지지 않도록 최대한 애쓰며 빵 봉투에 넣었다.


  주말 아침은 항상 고요했고, 매장은 빵 냄새로 가득했다. 빵을 포장하고 진열하고 손님을 응대하다 보면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점심시간엔 제빵기사님과 배달음식을 먹거나 매장에 있는 빵을 점심으로 먹었다. 식비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새로 출시된 빵도 부담 없이 먹어볼 수 있었다. 신제품을 먹어보면서, ‘내가 빵을 개발한다면 이런 재료를 넣었을 텐데...’ 하고 자주 상상하곤 했다.

  오후가 되면 제빵기사님은 케익을 만들기 시작했다. 케익 시트지를 잘라 사이사이에 생크림을 넣고 차곡차곡 쌓았다.

  케익 겉면에 생크림을 매끄럽게 바르는 모습은 아무리 구경해도 질리지 않았다. 생크림 위에 계절과일로 장식하면 케익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케익을 진열장에 넣는 것은 내 몫이었고,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손이나 문에 케익이 부딪쳐 자국이 났기 때문이다. 케익을 들기 전에 크게 숨을 들이쉬고, 케익을 옮길때는 숨을 멈추어여 했다.

  퇴근 전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식빵들을 식빵 기계로 써는 일이다. 식빵 기계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 다뤄봤는데, 칼날이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 무섭지만 흥미로웠다. 식빵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빵집 주인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식지 않은 식빵은 잘 찌그러지기 때문에 반드시 안쪽까지 식을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했다. 식빵의 양 끝이 허투루 잘려나가는 일이 없도록 유난히 신경썼다. 식빵 봉투는 식빵 크기와 딱 맞아야 예쁜데, 이런 이유로 식빵 봉투에 식빵을 잘 넣는 데에는 요령이 필요했다.

  7시부터 3시까지 쉬지 않고 매장을 돌보면, 다음 아르바이트생이 왔다. 반나절 동안 가꿔놓은 빵집을 한 번 찬찬히 둘러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을 했다.

  모든 경험은 삶으로 돌아온다고 했던가. 모양이 귀여운 빵들을 관찰했던 그 시간을 발판 삼아, 요즘은 빵을 그린다.

  그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빵 덕질을 했고, 지금은 그림을 그리며 빵 덕질을 한다. 빵집 주인은 아니지만,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가 그린 빵 그림을 공유하는 것 또한 무척 즐거운 일이다.





빵 덕질을 하며 그린 빵그림을 한데 모아 2021 빵달력을 출시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오셔요!

ꉂꉂ ( ˆˆ  )  


https://www.tumblbug.com/bread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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