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빵생각 - 김민기 쓰고 그림
세상엔 맛있는 빵이 너무 많다.
살면서 다 먹어볼 수는 있을까?
남들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마음에 품고 산다는데, 내겐 ‘빵킷 리스트’라는 것이 있다. 죽기 전에 먹고 싶은 빵의 목록이라는 뜻으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많이들 사용하는 합성어다.
빵킷 리스트는 단순히 빵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시기, 어떤 나라, 어떤 도시에서 어떤 빵을 먹고 싶은지 참으로 구체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 준비를 시작하면, 맛집보다는 빵집을 먼저 찾는다. 나의 여행 일정에는 거의 대부분 빵집이 있다.
그중에는 우연히 가는 빵집이 있기도 하고 미리 알고 가는 빵집도 있다. 여행지에서 빵을 먹으며 앉아 있으면, 가끔은 여행을 하기에 빵을 먹는 건지, 빵을 먹기 위해 여행을 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때로는 빵킷리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떠난 적도 있지만, 대개는 여행지가 결정되면 그제서야 그 지역엔 어떤 빵집과 빵이 있는지 찾아본다. 국내도 예외가 없다.
그러다 새로운 빵이라도 발견하면, 그 빵에 대한 이야기를 검색해보고 읽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 작은 빵 하나에도 역사가 깃들여있다는 사실이 귀엽다. 빵의 유래를 들추다 보면, 새로운 빵의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다.
올 해는 코로나 19로 집콕생활을 하면서 여행은커녕 빵집에 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렇다고 빵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온라인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신세계가 열렸다.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서 대한민국에서 손가락을 몇 번 까딱이면 무려 프랑스 재료로 만들었다는 냉동생지가 집 앞으로 배달 온다. 굽는 건 내가 아니라 오븐이라서, 실패할 일도 거의 드물다.
일요일 아침, 프랑스산 냉동생지 빵을 구워 먹으며 빵킷리스트를 생각한다.
내년엔 마음 편히 여행 갈 수 있을까?
언제쯤 마스크 없이 홀가분하게 여행할 수 있을까!
쓰고 그린이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