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잠이 안 와서 이불을 뒤척이면 부모님께서는 양을 한 마리씩 세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그러다 보면 잠든다고요. 정작 효과는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 하필 많은 동물 중에서도 양이었을까요?
억지로 잠을 청한다는 의미의 ‘Count sheep’이라는 숙어가 따로 있을 만큼 잠이 안 올 때 양을 세라는 표현은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오래되었기에 확실한 기원은 명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유력한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발음의 유사성’입니다. sheep이 sleep과 유사하기 때문에 sheep을 마음속으로 계속 말하다 보면 sleep이 연상되어 잠이 온다는 것이죠. 또 잠잘 때 내는 숨소리가 sheep과 비슷하게 들려서 숨을 고르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농경사회의 전통'입니다. 양 목축업자들은 양 떼가 늑대 같은 맹수들에게 사냥당할지 않을까 늘 걱정을 달고 살았는데, 그 근심은 울타리를 직접 볼 수 없는 밤에 특히 가장 컸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안에 양들이 있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어 편하게 잘 수 있었다고 하네요.
두 이유를 읽어 보면 한국인에게는 양을 세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안 되겠다는 것을 뻔히 알 수 있습니다. 양과 잠 사이에 발음의 유사성도 전혀 없고, 서양처럼 울타리에서 양을 키우는 목축업이 일찍이 발달한 것도 아니니 말이죠.
게다가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에서 실험해본 결과 양을 세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자는 데 도움이 됐고,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폭포나 해변 같은 풍경을 상상하며 자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제 잠이 안 오는 날에는 평화로운 해변에 자라가 한 마리, 두 마리 나타나는 풍경을 상상해보는 게 어떨까요? 이왕이면 귀여운 꼬부기를 떠올리는 게 더 기분 좋게 잘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