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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Aug 16. 2024

4. 도착

드디어 아이슬란드 공항에 도착했다. 오오, 여기가 바로 아이슬란드구나!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나 방심하긴 이르다. 한국을 떠나기 전, 내게는 세 가지 미션이 있었다. 첫째, 출국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탈 것. 둘째, 핀란드에서 무사히 환승 할 것. 셋째, 아이슬란드 공항에서 숙소까지 잘 찾아갈 것. 그러니 아직 하나가 남아 있다. 숙소까지 이동하기.

배낭을 메고 공항을 나오는데 한 걸음 떼기가 어렵다. 사실 배낭을 등에 얹고 끙 차 하고 일어나는 데 약 3.5초가 걸렸다. 남편과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캐리어가 아닌 대형 백팩에 18일 치의 짐을 쌌다. 왠지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전문 용어로 객기. 이번 여행과 사뭇 그림이 어울려 보였다. 그래서 출발 며칠 전 중고 백팩을 하나 장만했다.

자,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가 어디에 있더라? 출국 전 검색에 의하면 수도인 레이캬비크까지 50킬로미터 정도인데, 택시로는 14만 원, 공항버스로는 4만 원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공항버스 반값 가격의 동네 버스가 있다고 했다. 공항 주차장 쪽 어딘가에서 탈 수 있다고 했는데. 가보자. 끙ㅡ차.

가랑비가 내린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등에는 대형 배낭, 앞에는 소형 배낭을 멘 내 모습이 그럴싸한 배낭족 같다. 어깨를 짓이기는 이 고통도.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다는 거지? 어디 있는 거야, 도대체. 10여 분 후, 배낭 때문에 죽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만 아는 이가 없다. 그제야 구글맵을 검색해 본다. 버스가 있는데…… 뭐어? 첫차가 오후 4시? 그러니까 4시간 후? 휴우… 돈 좀 아껴보려고 했는데. 우리 동네 버스는 7분마다 오는데.

다시 공항버스 타는 데로 꾸역꾸역. 버스 안은 관광객들로 이미 만차다. 그렇게 도심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출발했다. 모든 관광객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둘러보니 동양인은 나뿐. 이렇게까지 동양인이 없진 않을 텐데. 그 순간, 22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뒤늦게 캐나다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떠나면서 설렘과 비장함으로 가득했던 젊은 여자. 지금 나는 그 시절의 나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기사분께 구글맵을 보여주면서 다운타운의 여기에서 내리는 게 맞는지 수 차례 물었다. 20여 년 만에 영어를 쓰려니 나도 이상하고 그도 잘 못 알아듣는다. 그렇게 여기가 맞는 지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저쪽 길로 올라가라는 기사 분의 말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며 구글맵을 수십 번 확인했다. 여기는 왜 이렇게 언덕이 높은 건지. 배낭에는 벽돌이 가득 찬 것만 같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래 여기야. 여기가 내 숙소라고! 나 국제 미아 안 됐어. 으허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