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이슬란드에 산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배경 음악에 끌려 한국 음악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다 대학에서도 이를 이어나갔다. 처음부터 BTS를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그들의 음악이 자신이 좋아하는 랩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BTS의 리더 RM은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으며, 슈가와 제이홉까지 총 세 명이 랩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 콘서트를 잊지 못한다. 그 콘서트와 여행을 통해 모녀가 함께한 가슴 뛰는 경험은 지금도 가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또한 ‘사랑을 했다’로 유명한 그룹 아이콘의 메인 래퍼였던 비아이(B.I.)도 좋아하며, 얼마 전 유럽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에는 외국 가수들의 콘서트가 거의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직접 해외로 날아간다. 함께 콘서트 즐길 이들을 찾아내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그네들은 여행과 음악을 통해 그 어떤 절친보다 돈독해졌다. 몇 년 전 처음 혼자 한국을 여행했을 때는 낯선 곳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컸지만, 이제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과 관련된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작년 가을, 아이슬란드에서 Korea Festival에서 그녀는 한국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얼마 전에는 이슬란드에서 촬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2’의 현지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I was very shy when I was young, but I’ve changed. I'm just doing what I love, and I'm so excited that it's leading to new chances!
내가 어렸을 때는 엄청 소심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정말 달라졌어! 이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할 뿐인데 이게 새로운 기회로 이어져서 너무 즐거워!
그녀에게서 받은 메일은 즐거움으로 통통 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에 미친 한국 여자와 한국에 미친 아이슬란드 여자. 그렇게 우리는 우연 같지만 필연적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일하는 시립도서관에서 내가 한국 그림책에 대해 발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도서관 홈페이지와 자신의 SNS, 대학 커뮤니티에 홍보까지 해주었다. 내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호들갑을 떨면, 그녀는 나보다 더 한국인처럼 흥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 달간 메일을 주고받으며 점점 가까워졌다.
아이슬란드에의 삼 일째, 수도 레이캬비크 다운타운의 시계탑에서 그녀를 기다리는데 가슴이 쿵쾅거렸다. 첫 소개팅 때도 이렇게 떨렸었나. 손거울을 몇 번이나 힐끔거리고 립스틱을 덧발랐다. 그리고 마침내 저기, 그녀가 있다! 빨간 차 안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향해 마구 손을 흔드는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내가 던진 작은 공을 받아준 아이슬란드인 릴랴는 실존 인물이었다. 낯설고도 이상하면서도 기쁘고 안도되는 마음으로 나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이때는 몰랐다. 그녀가 나의 아이슬란드 일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를.
기쁜 마음도 잠시, 바로 다음 날 도서관에서 발표가 있다는 사실에 내 웃음이 살짝 어색해졌다. "맛있는 거 먹으러?" 그녀의 귀여운 한국어에 나는 다시 활짝 웃었다.
기존에 연재를 완료한 '엄마 혼자 버스 타고 아이슬란드'의 수정 버젼입니다.
다시 읽고, 기억을 되새기며 다듬고 있습니다.
회차에 따라 지난 연재와 내용이 동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