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의 악몽 일기

by 딴짓

거실에 나와 남편, 작은아들이 앉아있었다. 갑자기 밖이 무척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 무언가를 꽝꽝 두드렸는데, 그 소리는 마치 우리 집 현관문을 치고 있는 것도 같았다. 문을 열어보니 앞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주인 여자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규가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이 났구나.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꿈은 급작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어두운 표정이 아니라 실제로 탁하고 지친 표정의 아들이 들어왔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인 큰아들이 중학생인 옆집 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실제로 관계를 했고, 유산까지 했다는 것을.

"다 끝났어."

아들이 포기한 듯 말했다.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아들의 새벽 귀가. 심지어 먼동이 트는 시간까지. 전화를 받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어느 날 새벽에 통화가 됐을 때는 '아파트 계단에 있구나'라고 직감이 온 적이 있었다. 주변이 조용하고, 아들은 조심스럽게 말하는데, 말소리는 울리고. 그럼 그때 그 아이랑 아파트 계단에 있었나. 아무도 없는 한밤에. 그 집에서는 어떻게 된 일일까. 중학생이 아닌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몰래 나왔구나.

나는 절망했다. 끔찍했다.


"당신… 당신은 알고 있었던 거야?"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별 반응이 없었다. 어차피 다 끝난 일인데 뭐가 문제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나는 말을 쥐어짜듯 내뱉었다.

"중학생이라고! 여자애가 중학생이라고! 애들이 어디서든… 유산까지 했다고!"


꿈속에서 나는 '유산'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거실에 있던 작은아들이 다 듣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 말을 내뱉었는지 나는 잠깐 잠에서 깼다. 아래턱이 덜덜 떨렸다.

나는 다시 꿈속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저쪽 부모들은 우리에게 왜 아무 말이 없을까. 왜 그쪽 아버지는 조용한가. 어떻게 이리 무심하단 말인가. 참담한 심정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내가 찾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잠에서 완전히 깨어 비틀거리며 거실로 나왔다. 입고 있던 옷에서 땀에 찌든 냄새가 났다. 어젯밤에 새로 갈아입고 잤는데 자면서 땀을 많이 흘렸나 보다.

아들은 급성 인후염으로 인한 고열로 이틀째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고생하고 있다. 앞집에는 딸이 없다. 어젯밤에 참석한 독서모임의 북토크는 정말 좋았다. 유연한 사고를 지닌 지적이고 따뜻한 저자의 말에 나는 홀린 듯 빠져들었다. 북토크가 끝난 오후 9시에 나는 청계천을 천천히 걸었다. 좋은 에너지가 찰랑찰랑, 나를 가득 채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인스타그램에 북토크 사진을 올렸다. 기분 좋은 피로감을 느끼며 잠에 들었다.


악몽은 대체로 아들에 관한 것이다. 내 무의식과 의식을 채우고 있는 아들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날 밤 맥락 없이 나를 덮친다.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주어진 오늘의 글감은 '뇌의 휴식'이다. 수면 중인 나의 뇌를 쉬게 하고 싶다. 모든 생각과 상상, 걱정을 멈춰라! 참으로 지독했지만 이건 그저 꿈이다. 퉤퉤퉤!!!


전쟁터의 군인들은 2분 만에 잠들 수 있는 방법을 훈련받는다고 한다. 평화로운 장면 하나와 그 안에 있는 나를 상상하되, 의식적으로 다른 장면은 모두 치우고, 그 장면만 계속 그려보는 것.

오늘밤에 나도 시도해봐야겠다.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