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딴짓 Mar 15. 2024

미용사인 그가 내 아들에게 건넨 조언

그 남자 이야기  


177센티 정도 될까. 머리가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라 실제보다 더 커 보이는 키. 쌍꺼풀 없이 잘생긴 얼굴. 고생 하나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말갛고 선한 인상. 언뜻 보면 어려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30대 중후반 정도의 상당한 동안 남자.  



“사랑합니다 고객님. 어서 오세요.” 

인기척에 문 쪽을 돌아본 남자가 옅은 미소를 띠며 여자를 맞았다. 



어느 때처럼 심란한 어느 날, 여자는 지난 2년간 알고 지낸 지인 K가 떠올랐다. 긴 머리의 웨이브도, 똑 단발도 그녀에게는 자연스러웠다. “머리 어디서 해요?” 여자는 그렇게 난생처음 누군가에게 미용실에 대해 물었고, 오늘, 살고 있는 동네와 가까운 그곳을 찾아갔다.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는 3주분의 예약이 꽉 차 있어 어렵게 잡은 날짜였다. 그나마 한 번의 예약 취소 후 다시 잡은 날이었다.



‘지금 내가 머리하고 있을 땐가…’ 그녀는 이번에도 망설였다. 소개받은 미용실의 가격은 그녀가 10년째 다니는 동네 미용실의 세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무엇보다도 아들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요즘, 미용실을 가는 자신이 너무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화를 풀러 미용실에 간다는 보통의 아줌마들과 다를 바 없는 스스로의 모습에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자신 또한 보통의 아줌마 아니던가. 웨이브 하나 없이 축 쳐져 스타일이라고도 할 것 없는 머리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늙음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아 우울함이 스멀스멀 올라온 지 몇 달째.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망설이는 마음을 외면하며 그녀는 미용실 문을 열었다.     


  




예의 손님 대하는 친절한 태도겠지만 남자의 말투는 의례적이라기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온기가 담겨 있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 여자는 조용히 감탄했다. 






전철역에서 내려 걸어오는 동안에도 마주친 미용실 간판이 여럿이었다. 이러한 도심 한복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가게. 얼마나 치열할까. 얼마나 고달플까. 생각에 잠기던 여자가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남자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고1 아들이 미용을 하겠다고 해요.”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매주 금요일에 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