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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Jun 14. 2024

6. 케이팝에 미친 아이슬란드 도서관 사서

그녀는 세계 최북단 국가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에서 산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배경 음악이 좋아 한국 음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후 대학교에서도 공부를 이어나갔다. 처음부터 BTS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그들의 음악이 자신이 좋아하는 랩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BTS의 리더 RM은 BTS로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유명한 Rap Monster였고, 다른 멤버인 슈가도 래퍼이다. 서브래퍼인 제이홉까지 총 7인 중 셋이 랩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3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BTS의 콘서트에 어머니와 함께 했다. 콘서트와 여행을 하면서 모녀가 함께 한 가슴 뛰는 경험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기쁨으로 발갛게 상기되었다. 그녀는 ‘사랑을 했다’라는 곡으로 유명했던 그룹 아이콘의 메인 래퍼 출신인 비아이(B.I.)라는 가수도 좋아한다. 얼마 전 그의 콘서트도 다녀왔다.



작은 나라인 아이슬란드에서 콘서트를 하기 위해 외국 가수들이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녀가 날아간다. 함께 콘서트 갈 사람들을 찾아봤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그녀들은 그렇게 떠난 여행과 음악을 통해 그 어떤 베프보다 돈독해졌다. 몇 년 전 처음 혼자 한국에 여행 왔을 때는 낯선 곳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컸지만 이후에는 한국 드라마나 음악과 관련된 지역 곳곳을 돌아보고 있다.



작년 가을, 아이슬란드에서 Korea Festival이라는 행사가 열릴 때 그녀는 한국에 대해서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올 3월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tvN의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2’의 현지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I was very shy when I was young but I’ve changed. I'm just doing what I love, and I'm so excited that it's leading to new chances!

내가 어렸을 때는 엄청 소심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정말 달라졌어! 이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할 뿐인데 이게 새로운 기회로 이어져서 너무 즐거워!  


그녀에게서 받은 메일은 즐거움으로 통통 튀고 있었다.





단순히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가는 것만이 아니라 가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하면 어떨까, 아이슬란드라는 나라가 내게 좋은 영향을 주었듯 나도 그 나라에 작은 보답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나는 아무 도서관이나 검색하여 인스타그램에 DM을 보냈고, 그렇게 도서관 사서인 Lilja(릴랴)가 응답했다. 아이슬란드에 미친 한국 여자와 한국에 미친 아이슬란드 여자. 그렇게 우리는 우연이지만 필연처럼 이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시립도서관에서 내가 한국 그림책에 관해 발표할 수 있도록 현장 스케줄을 마련하고, 도서관 홈페이지, 자신의 SNS, 대학 커뮤니티에 이에 관해 홍보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내가 호들갑을 떨면 그녀는 나보다 더 한국인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 달간 메일을 주고받으며 도서관 행사를 준비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3일째 날, 수도 레이캬비크의 다운타운 내 시계탑에서 그녀를 기다리는데 가슴이 쿵쾅거렸다. 첫 소개팅 때도 이렇게 떨렸었나. 손거울을 몇 번이나 힐끔거리고 립스틱을 덧칠했다. 그리고 마침내 저기 그녀가 있다! 빨간 차 안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향해 마구 손을 흔들고 있는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내가 던진 작은 공을 받아 준 아이슬란드인 릴랴는 실존 인물이었다. 나는 낯설고 이상하면서도 기쁘고 안도되는 마음에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이때는 몰랐다. 그녀가 나의 아이슬란드 일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어 줄지.


수도 레이캬비크의 정 중심에 서서. 그녀와 나.


기쁜 마음과 함께 바로 다음 날에 도서관에서의 발표가 있다는 사실에 나의 함박웃음이 살짝 어색해졌다.


"맛있는 거 먹자?"


그녀의 귀여운 한국어에 다시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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