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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Jun 28. 2024

새벽 4시의 현관문 소리


전기에 맞은 듯 벌떡 일어났다. 

시계를 올려다보니 새벽 4시. 뛰어나와 아들 방문부터 열었다. 없다. 현관에 신발, 없다. 



“어디니.”

“나 축구하려고.”

“네 신데.”

“애들이 시험기간이라고 이 시간밖에 안 된대.”

“……”




“몇 명?”

“여섯 명.”

“같은 학교?”

“응.”

의례적인 질문. 

진실여부 무관. 




“걔네들은 아침에 학교 안 간대?”

‘걔네들도’라고 비꼬듯 말이 나오려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급 턴 했다. 

“가지.”

“밤새고?”

“응.”

……




“언제 올 건데?”

“여섯 시쯤?”

“그래. 안전하게 하고 와.”

“응.”




야, 너도 시험기간이야……






보통은 친구들의 학원이 끝나는 밤 10시 이후에 축구를 하러 간다. 그런데 시험기간이라 다른 애들은 밤에 공부를 하고 새벽 4시에 축구를 하러 간다는 것이다. 여섯 시쯤 들어와 잠깐 눈 부치고 그렇게 둔해진 몸과 뇌의 신경을 되살린 후 시험 보러 가겠지. 굳이, 축구 때문에.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도 미친놈들이군. 그러나… 새벽 4시까지 공부 한 아들이 머리를 식히려고 축구를 하러 가겠다는데 어떤 엄마가 아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그 아이들이 건전한 것 일수도. 안쓰러운 것일 수도. 



우리 아들은 자겠지. 학교 째고 저녁까지 자겠지. 그리고 새벽에 또 축구하러 가겠지. 



축구.

아들의 유일한 활력소. 

공부하는 친구들과의 연결점. 



이 시간에 축구하러 간다는 네 말이 진실이라면 

나중에 큰 추억되겠다. 

잘 됐네. 





에라 모르겠다. 다시 자러 들어갔다. 

어슴푸레 잠이 들려는 차, 몇 달 전 일이 떠올랐다. 

아들이 새벽까지 들어오지 않는다고 파출소에 실종 신고를 낸 날. 

그렇게 집 앞에 도착한 경찰차를 보고 눈물이 터진 날. 

최악을 상상하며 주저앉은 날. 



이제 나는 쿨쿨 자는 엄마구나. 

어쩌겠어. 

믿어야지.




“엄마! 나 조기축구 아저씨들이 축구 엄청 잘 한대! 나 선수냐고 물어보던데!” 



7시.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아들 때문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리고 엄마, 친구 들어와도 돼?”
“지금?”

“어, 밖에 있어. 씻고 같이 학교 가려고.” 

“왜 밖에 서 있어. 들어오라고 해 얼른.” 



이 녀석은 심지어 외박이네.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는 말에 국수를 삶고, 만두를 찌고, 동태 전을 데우고, 계란 프라이 네 개를 부쳤다. 

오늘따라 축구가 잘 풀렸고, 친구까지 데리고 온 아들은 싱글벙글. 



“식혜 줄까 식혜?” 
“식혜 진짜 필요 없어?” 
“시원한데 식혜?”
“천도복숭아 깎아 줄까?”



고요하다 못해 시무룩한 평소의 아침과 다른 활기에 내 마음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빨리 하자. 고등학교 때 지각은 절대 안 돼.” 

된 놈이구만. 너무 예뻐하면 부담스러울 까봐 친구 녀석의 뒤통수에 미소를 지었다. 하숙을 쳐야 되나. 



“어, 나 준비하고 있어. 3분 후에 나가.”

또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구야?”

“어, OO이. 얘 맨날 나한테 모닝콜해 주잖아.” 

모닝콜해 주는 친구가 있어? 




그렇게 우리 아들은 중간고사 이후 처음으로 지각을 안 했다. 시험기간은 지각 금지이기 때문에 담임이 신신당부 한 바 있다. 



등교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는 친구가 있는 곳이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 1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 곳이다. 그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쪽잠을 자거나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새벽 4시 축구. 

아들에게 한계는 없고, 엄마는 그저 안전하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오늘 아침, 나는 평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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