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대로 쭉쭉 알아서 써질 줄 알았던 여행기가 일주일째 정체 상태이다.
간신히 ‘두 번째 여행지에 도착했다’까지 썼는데 그 이후로 또 기약 없이 망설이고 있다.
사실 내가 아이슬란드에서 다녔던 곳은 대단한 곳이 아니다.
그러니까 ‘아이슬란드에 가면 꼭 가야 할,’ ‘best 10’ 이런 곳이 아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갔던 곳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독자가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꽉 막혀 버렸다.
사실 나는 어딜 가서 좋았던 게 아니다.
혼자 인 게 좋았고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게 좋았다.
거기서는 엄마가 아니라서 정말 눈물겹게 좋았다.
누군가의 딸이 아니라서 좋았다.
나 혼자 오도카니여서 좋았다.
내 발자국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서 좋았다.
그게 내가 가고 싶었던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여서 더 좋았고
그 상태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정 위주로 쓰려고 하니 글이 턱턱 걸린다.
마음아 내게 힘을 다오
내가 진실을 쓸 수 있게 해 다오
내 안의 소리를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