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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일 줄 몰랐어!

논어 원문으로 읽고 글쓰는 달빛서당 기록

by 모순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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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음악을 좋아했다. 논어에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子在齊聞韶자재제문소三月不知肉味삼월부지육미

曰왈不圖爲樂之至於斯也부도위악지지어사야

공자께서 제나라에 계실 때 <소韶>(순임금의 음악)를 들으시고 석달 동안 고기 맛을 알지 못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어. "음악을 지은 것이 이런 경지까지 이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논어論語》 제7편 술이述而 13장 (14장으로 나온 책도 있음)


공자는 고향인 노魯나라에만 계속 머무르지 않고, 제齊, 위衛 등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보고 듣는 바, 견문見聞도 넓어졌을 것이다.


子在齊聞韶자재제문소三月不知肉味삼월부지육미 曰왈不圖爲樂之至於斯也부도위악지지어사야, 이 문장에는 공자가 제나라에 있을 때 음악 소韶를 듣고 보였던 감탄이 나타난다.


석 달 동안 고기 맛을 알지 못한 것은 어떤 정도일까. 3일 정도 고기 맛을 알지 못한 것도 아니고 3개월이라니 놀랍다. 중국어 자료를 찾아보면 여기 나온三月의 숫자 3은 실제 기간이 아닌 오랜 시간을 의미한다는데 음악을 듣고 공자가 느꼈던 감동의 여운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不圖爲樂之至於斯也부도위악지지어사야, 음악을 지은 것이 이런 경지까지 이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일텐데 그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얘들아 내가 예전에 제나라에 있을 때 소라는 음악을 들었거든, 그때 나 감동 먹어서 오랫동안 진짜 고기를 먹어도 맛있는지 모르겠더라. 음악이라는 것이 그 정도까지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때 알게 되었어. " 어떤 덕후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의 공연을 보고 나서 흥분해서 주변사람들에게 말할 때의 떨림이 느껴지는 듯 하다.


不圖~, ~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의 범위를 넘어선 새로움과 만나게 된 기쁨도 느껴진다. 인터넷에서도 韶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다. 내가 참고하는 논어백독 오디오클립에서 김원중 교수는 韶소 음악이 우리의 종묘제례악과 비슷할 거라고 했다.


나도 음악을 듣고 여운이 오래 남았던 적이 있다. 23년 10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콘서트에 갔다. 30년 넘게 좋아해오고 있는 뮤지션 김동률의 공연이었다. 첫 곡이 울려퍼지고 감동으로 눈물이 터졌다. 울림이 있는 소리, 무대 장치와 조명, 함께 음악을 듣고 따라부르는 것, 라이브 공연의 감각이 살아났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활동 속에서 잃어버렸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공자께서 감탄해 마지않았던 그 음악은 도대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을까?상상이 잘 되지 않더라고. 내겐 어떤 감동이 그토록 강렬했을지 생각해봤어.

...

음악은 앉은 자리에서 그 즉시 바로 천국으로 나를 이끄는 그런 존재 같아.

...

음악은 파동이 있어서 몸에 울림이 전달되더라.

...

음악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감동이 몇 배씩 달라지지.

아마도 공자님이 소 음악을 듣던 그 시기에 마음에 무언가 고민이 있거나 말 못할 괴로움이 있으셨던 건 아닐까?

소 음악의 훌륭함 뿐 아니라 공자님 그 자신의 무언가를 허무는 느낌을 받으셨을지도 몰라. 그래서 그토록 강렬했는지도 모르지.


달빛서당 12기 학인들의 이야기 중에서




아름다움은 고양감(高揚感정신이나 기분 따위가 높이 올라가는 느낌)을 가져다준다. 달빛서당 겨울방학 동안에도 공자, 논어와 이어져 있었는데 감정이라는 주제가 봄이 오듯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오랜만에 달빛서당 문을 열고 논어를 읽으며 글을 쓰면서 고양감이 찾아왔다. 不圖爲論語之至於斯也부도위논어지지어사야, 논어가 이런 경지까지 이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달빛서당 12기 동안에도 봄, 자연, 논어, 이야기에 계속 감탄感歎하고 경이로워하면서 나의 견문을 넓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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