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순간

나의 꽃도 언젠가 피겠지

by 모순

화훼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모르는 것에 대해 써야 할 때

막막하다

도망가고 싶다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기 싫다는 마음을

눌러본다

막상 하다 보면 할만한 것 같다

내가 쓴 위에 몇 줄에 기대

다시 아래 몇 줄을 써 간다


안개꽃을 중국어로 옮기다 몰라서 검색했더니

滿天星이라고 나왔다

뭐야, 온 하늘에 펼쳐진 별 같다는 걸까?

검은 하늘에 별처럼 총총 빛나는 안개꽃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미지와 이야기를 닮고 있는 중국어에

나는 자주 반한다


안 그래도 요즘 꽃을 자주 생각했다

형님은 최근에 꽃 사업을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이 적힌 명함과 꽃다발을 받았었다

꽃은 받는 사람 기분을 좋게 한다

일단 예쁘고 향기롭다

아름다운 일을 하는 형님이 부러웠다

막상 꽃 일하면 손은 흙투성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좋아 보였다

내 일에 만족감이 떨어질 때 나는 타인이 자주 부럽다

내 일을 어떻게 아름답고 기분 좋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형님이 주신 꽃다발을 책장에 걸어 말렸다

향기와 색깔은 바래졌지만 여전히 함께한다

회사에 있는 내 모습이 말린 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화사한 생명력은 어디로 가고

말려진 상태로 여전히 걸려있기를 선택한 것 같다


그래도 말려진 꽃은 그대로도

역할이 있겠지

냉소적인 사람은 되지 말자

머리가 복잡해질 때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한다

해야 할 행동, 지녀야 할 태도가 떠오르면서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꽃들도 다 피는 시기와 모양이 다른데

나의 꽃도 언제가 피게 되겠지

어쩌면 지금 이미 피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가진 것을 알고 감사하며

향기를 퍼뜨리는 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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