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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Mar 31. 2024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리뷰1

커피플랜트 4차 커피 체험단

나는 왜 에스메랄다 농장에 끌렸나


유락yoorak의 첫 커피를 게이샤로 정했다. 그것도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로. 아마 커피 좋아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 농장에서 내놓는 생두들이 얼마나 비싼지..


사실 반쯤 도박 같은 일이다. 게이샤 품종 자체가 원래 가격이 나가는데,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서울 및 대구에서는 컵 한 잔 가격이 대략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쯤에 형성돼 있었다.(물론 나는 6000~7000원쯤(!) 생각하고 있다)


게이샤 에브리데이 포스터


익히 알려졌듯 게이샤의 맛과 향은 훌륭하다. '귀족적'인 느낌이랄까? 대체로 "티라이크"하며 "베르가못"과 "자스민", "플로럴", "베리" 등의 노트가 입 안에서 팡팡 터진다. 이런저런 기회가 있어 몇 번 마셔본 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맛과 향임에 틀림없었다. 컵노트와 커피잔을 번갈아 보며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여느 스페셜티 커피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나를 끌어당긴 건 커피의 맛보다는 에스메랄다 농장이 가꿔온 '내러티브'였다.


커피신에 익히 알려졌듯, 이 농장은 바로 이 게이샤라는 품종의 가치를 가장 먼저 발굴해 전세계에 알린 곳이다. "컵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는 2004년 '베스트 오브 파나마' 심사위원의 말은 게이샤라는 품종에 '신의 커피'라는 별칭을 붙였고, 이를 기점으로 전세계 커피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게 된다. 다크하고 묵직한 느낌보다는 생두 본연의 밝은 향미를 부각시키는 라이트한 느낌, 티라이크한 커피 쪽으로 빠르게 이동한 것이다.


사실상 '大게이샤시대'가 열린 것인데, 커피 업계에서 에스메랄다는 애플, 게이샤는 아이폰의 역할을 했던 셈이다.



방치되고 외면된 게이샤의 가치


하지만 게이샤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대접받았던 것은 아니다. 게이샤는 전적으로 '재발견'된 것이다.


게이샤 품종은 1930년대 에티오피아 남서부 케파 지역 게챠(gecha) 마을 주변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코스타리카 커피 연구소로 보내졌고 1963년에 이르러 파나마에 소개되었다. 하지만 가지가 얇으며 수확량이 적고, 생육 기간이 긴 특성상 생산자들로부터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였고, 40년 넘게 외면받았다.


그렇다면 에스메랄다 농장은 어쩌다 게이샤를 주목했을까? 병충해, 커피녹병에 강한 게이샤의 품종적 특성 때문이었다. 1999년 이 농장에 심각한 곰팡이병이 번져 대부분의 커피나무가 죽게 된다. 그런데 아무런 피해 없이 멀쩡한 커피나무가 일부 있었고, 이를 의아하게 여긴 농장주가 이 나무들을 채취해 인근에 심었는데 이것이 바로 게이샤였다고 한다.


이 지점이다.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오랫동안 외면된 것이 어떤 가치와 만나 우뚝서는 순간. 그런 서사를 가진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내가 만들려는 브랜드 유락yoorak과 퍽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락의 브랜드 에센스는 "recreate everything". 여기서 recreate는 '재발견, 재해석, 재생산'을 의미한다.(이전 글: [브랜딩log] recreate everything.)


유락의 브랜드 에센스는 recreate, 재발견, 재해석, 재생산이다.


수십년간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된 낡고 녹슨 건물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름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할아버지의 이름을 꾸준히 재생산하는 것, 그것이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이 프로젝트의 정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말하자면, 유락이 그늘에 가려진 게이샤의 가치를 발굴한 에스메랄다 농장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에스메랄다 게이샤 6종 리뷰


아무튼 그렇게 가닥을 잡으려던 차, 마침 공교롭게도 커피플랜트(https://coffeeplant.co.kr/)라는 생두 회사에서 파나마 에스메랄라 6종(스페셜 등급 3종, 프라이빗컬렉션 등급 3종)을 테이스팅하는 체험단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응모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


오늘 작심하고 커핑 리뷰를 다 마무리하려 했으나, 전기온수기 배관 연결 작업 중 스텐 파편에 왼쪽 새끼 손가락이 깊이 찢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버렸다.(병원에선 당장 수술 받아야 할 정도라는데, 수술 자리가 없어서 응급처치만 받고 왔다) 그런 까닭에 구체적인 맛 리뷰는 다음 기회에...


부상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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