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도록 한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그를 가슴에 새김으로써 그를 눈에서 지워가는 일이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나를 떠나지 않는 그 사람을 붙들고 서서 나의 시간을 채우는 일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내 모든 시간은 서서히 그렇게 그로 물들여간다. 그가 눈동자 안에 스며들었다가 사라지면 내 심장은 그를 타고 솟구쳐 올랐다가 꺼져 내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면 뇌도 심장도 모두 그로 채워져서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코로 들어온 숨이 심장을 지나 입으로 나갔는데 내 가슴에는 공기가 남아 있지 않다. 채우는 일이 지워져 가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랑이 그를 채우는 동시에 그를 지워버리는 쓰리고 아픈 마법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그를 생각하는데도 끝없이 그가 보고 싶어지고 쉼 없이 그를 떠올리는데 그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그의 심장과 나의 심장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질리도록 한 사람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내가 된다. 그리하여 그의 얼굴은 지워지고 그의 심장 소리만 내 귓가를 울리게 된다. 내 심장이 그의 심박에 맞춰 뛰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