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새겨진 사랑

by Lunar G

숨을 쉴 때마다 가슴에서 통증을 느낀다. 그때마다 한 사람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가슴은 아픈데 얼굴은 웃고 있다. 가슴을 문지른다. 심장에서부터 어둠이 번져온다. 손을 떼고 가슴을 들여다본다. 그 가운데 깊은 우물이 있다. 우물 밑에서부터 검은 물이 소용돌이친다. 우물에 머리를 넣고 그 모습을 멍하니 넘어다본다. 물소리가 그가 남기는 파도 소리가 되어 귀에 닿는다. 눈에서 물이 차오른다.

눈동자를 채운 물 위로 엷은 빛이 지나간다. 눈동자 같은 우물을 넘어다보며 가슴에 바늘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숨을 쉴 때마다 바늘이 가슴을 찌른다. 그때마다 우물 위에 한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 질리도록 생각해서 지워진 것 같은 그 얼굴이 나타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손만 뻗으면 그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 우물에 팔을 넣는다. 손이 닿지 않아 고개를 우물에 넣고 어깨를 넣고 가슴을 넣고. 그러다가 우물에 빠지고 만다.

풍덩.

허우적거리던 손끝에 바늘이 닿는다. 뭐라도 쥐면 불안이 가실까. 바늘을 쥐고 손을 움직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속에서 바늘로 그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 쉼 없이 손을 움직이는데도 그의 모습은 어쩐지 자꾸 흐려져 간다. 손이 아픈데, 숨을 쉴 수가 없는데, 어깨가 찢어질 것 같은데 바늘을 놓을 수가 없다. 바늘을 움직여야 그의 그림자라도 붙들고 있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더는 숨을 참을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러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죽음이 나를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바늘은 사라지고 내 가슴에는 그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심장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이 온몸을 조각나게 한다. 세포마다 새겨진 고통이 눈물이 되어 흩날린다. 세상이 뿌옇게 변해간다.

손을 뻗는다. 손끝에서부터 온기가 전해져 온다. 그 온기에 둘러싸여 내 앞에 놓인 내 심장과 똑같이 생긴 심장을 바라본다. 그 위에 내 모습이 새겨져 있다. 심장에 손을 덧대며 고개를 든다.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내 심장 위에 그의 커다란 손이 놓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의 손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두 개의 심장이 하나의 소리를 낸다.

사랑해 영원히.

사랑이 파문을 일으키며 번져나간다.

The Great Wave_Hokusai.jpg Hokusai_The Great 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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