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마음의 쿠션을 찾는 방법

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오늘은 모처럼 저녁에 칼퇴를 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헬스장에 들렀다. 야근이 몰린 주에는 거의 운동을 하지 못해서 몸이 더 뻐근한 것 같기도 했다. 같은 자세로 마우스를 붙잡고 있느라 굳어진 어깨를 풀어보고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 위로 올라갔다. 스피드를 올리면서 걷기 시작하자 일정한 간격으로 운동화가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헬스장 음악을 담당한 사람이 선곡한 노래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이어폰을 빼고 조금 더 들어보기로 한다.


한동안 그가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가’하는 것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몰릴 때에는 어떻게든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찾아야만 살 것 같았다. 면접 질문 중 하나로 자주 등장하는 이 질문은 각자의 답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 같다. 누군가는 밀린 잠을 자고, 운동을 하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한 답변들을 참고해서 하나씩 따라 해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정말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잘 듣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마음이 힘들어지는 건 누군가의 말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게 거침없이 말을 내뱉은 사람은 속이 오히려 시원해져서 돌아가는지도 모르지만, 그 말을 고스란히 받은 그의 마음은 엉망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 말들이 귀를 통과하여 들어올 때 순간적으로 그 말을 받아낼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다. 부딪혀서 부서질 것 같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근력 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려고 자리를 잡던 그는 도톰한 매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있었다. 물통을 든 손에서 매트리스를 잡느라 손을 바꾸려는 찰나, 순간적으로 아차 하는 사이에 핸드폰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액정이 깨지겠구나 해서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매트리스에 가만히 누운 듯 자리를 잡은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이네, 충격으로 깨질 줄 알았는데...!’


핸드폰을 잡아 들고 쓱 닦아보고 있는 그의 고민에도 조금의 실마리가 풀린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공격하듯 들어오는 말투, 그런 말투에 대응하려고 하거나 맞받아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지만 충분히 도톰한 쿠션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은 고의로 그를 해치려 하는 말이든 실수로 내뱉은 말이든 가속이 붙어 속도감 있게 그를 향해 달려온다. 그럴 때마다 반응하게 된다면 그 속도를 받아내느라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것이다. 곧바로 답을 하느라 항상 긴장 상태로 있는 것보다 한 박자 쉬고 생각할 수 있는 쿠션을 준비하여 그 말의 속도를 멈추게 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상대방의 말이 무엇을 말하든, 쿠션으로 받아낸다면 조금 더 정돈된 감정과 생각으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트리스 위에서 가만히 그를 기다리던 핸드폰을 집어 드는 것은 그의 선택이자 자유였고, 그 핸드폰을 다루는 방법 또한 그가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찬가지로 그가 언어를 사용하고 조율하며 상대방의 언어를 듣고 다루는 것은 공격성을 잠시 걷어내 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차츰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쿠션이라고 해서 힘없고 맥 빠지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달려오는 힘을 받아내어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치 그에게 오늘 잠깐의 쉼이 내일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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