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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에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공습경보가 울렸을 때, 나는 20층에 있었다

by 이워너

공습경보가 울린 다음에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2017년 '참여과학자연맹 세계 안보프로그램'에서는 대략 서울 0~6분, 도쿄 10분, 미국 30분 시나리오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접경지역의 경우인 2010년 연평도 포격 시에는 포탄이 떨어지기 전에 발포하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고 한다. 후속 조치 등과 관계없이 군이 북한군의 동향 이상을 파악한 것은 몇 시간 전이었다고 한다. 상황이 매우 희망적이고 우리 정부의 경보 발령이 빨랐다면 충분한 대피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습경보가 빨랐다 한들 앞선 상황처럼 몸이 불편한 당신은 대피할 수 없다면 어떨까? 혹은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거동이 불편한 동거인이 있다면? 일어나서도 안될 일이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다. 그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을 당신에게 작은 위안이 될 글을 남기고자 한다. 이 글이 가정하는 모든 상황이 상상에 그치길, 그리고 평생 쓸모없는 잡지식으로 남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통계청의 2022년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51.9%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반복됨에 따라 이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아파트, 특히 고층 아파트에 대한 명확한 재난 지침은 통일되어있지 않다.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볼 때 고층건물은 여러 재난에 취약하다. 전기가 없다면 이동과 유통은 물론 식수 공급마저 어려워진다. 재난 발생과 함께 특히 고층일수록 아파트는 수직 달동네 그 자체로 변한다.


일련의 국제정세와 국내 상황에 비추에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느껴 시작한 기획이다. 글을 작성하는 관점은 국토교통부의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기초로 건축법, 산업안전기본법 등이 규정하는 피난 및 대피 장소의 이용 요령에 기반되어 있을 것이다. 그 외 여러 시설관리에 대한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여러 분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보를 나눠보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공인되지 않은 개인의 의견에 가까우며 실제 상황에서는 행정안전부의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을 따라야 한다. 또는 주변 상황을 통제하는 군과 경찰의 지시가 그에 우선한다. 지금부터 쓸 내용은 고층 아파트에서 나갈 수 없어 이 모든 통제를 따를 수 없을 경우에만 떠올려 주시기를 간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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