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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성 Jan 28. 2021

OV-099, CHALLENGER

역사에 남은 배들


지금도 기억이 난다. 우주왕복선의 발사를 TV 로 중계까지 해주던 시절, 무사히 발사된 발사체가 폭발했던 순간만해도 하나씩 떨어져나가며 올라가던 로켓을 떠올리며 그저 예정대로 분리된 줄로 알았다. 발사체들이 하늘을 흡사 토끼모양으로 가르던 순간에 이르러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았고 그 당시까지 늘 무사히 우주와 지상을 오가던 우주왕복선이 '왕복'하지 못하는 순간도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1986년 1월 28일, 챌린저호의 발사. 이때만해도 비극의 주인공이 되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사소해보이는 징조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징조들을 무시하게 되면 결국 쌓여서 큰 사고로 돌아오게 된다는. 챌린저호 폭발 사고 역시 수많은 전조들이 있었지만 다른 이들도 아니고 우주개발 전문가 집단이라는 나사에서 그것을 무시하여 벌어진 일이었다. 


애초 발사하기로 했던 날은 1986년 1월 22일, 하지만 다른 발사체의 발사와 겹쳐서 미뤄졌고 공교롭게도 이후 닥쳐온 악천후와 계기이상에 따른 수리작업으로 인해 스텐바이 상태에서 계속적으로 발사가 늦춰지게 된다. 사고가 발생했던 1986년 1월 28일, 아침부터 이례적인 추위가 닥쳐왔고 엔지니어들은 추위에서의 발사는 기기작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다시 발사를 늦춰야한다고 충고했지만 계속된 발사연기로 조바심을 냈던 나사는 기어이 발사를 강행했고 발사후 1분이 조금 넘은 상황에서 대폭발을 일으키는 대참사를 만나게 된다. 

발사 74초후 폭발을 일으킨 챌린저호

사고원인은 오른쪽 보조추진로켓의 연료접합 부위의 O-ring(연료 누출을 막기 위한 고무파킹)이 얼어붙으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곳을 통해 새어나온 연료에 추진로켓의 화기가 옮겨붙은 것이었다. 발사 직전있었던 회의에서 O-ring을 설계했던 회사의 엔지니어가 몇 번이나 추위로 인해 자신들의 제품이 제 역할을 하지못할 것을 경고하며 발사를 늦춰달라 요청했던 사실이 추후 알려지며 결국 이 모든 재앙은 NASA의 조급함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된다.

모든 것이 제대로 잘 진행되었다면 볼 수 있었을 무사귀환....하지만....

이후, 꽤 오랜기간 우주왕복선의 발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사고원인 조사와 유사시 조종사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의 개발, 발사 메뉴얼의 변경들이 이루어졌지만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무시한 탓에 생명을 잃은 일곱명의 승무원들의 희생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정확히 17년 후인 2003년 2월 1일, 발사후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대참사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 사고 역시 1981년 최초로 개발되어 28회나 발사를 거듭했던 컬럼비아호의 노후화를 경고했던 목소리를 무시했던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1986년 1월 28일. 지금껏 잘해왔으니 모든 것이 잘될거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이 하늘에서 귀중한 일곱사람의 생명과 함께 산산히 부서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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