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재성 Apr 04. 2016

RMS EMPRESS OF IRELAND

역사에 남은 배들

구세군(救世軍 The Salvation Army)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붉은 색 자선냄비로 기억되고 있을테지만 실은 꽤 전통있는 개신교의 한 종파이다. 1865년 7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가 감리회로부터 분리하여 창설한 종파로 군대식 조직으로 교회의 조직을 갖춘 특이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애초 교파를 만들 때부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웃에 헌신하고 가난한 이들의 권익을 위해 물심양면을 다하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907년, 최초로 선교사가 파견된 이래 수많은 이들이 지속적이고도 헌신적으로 그 활동을 이어왔다. 실제 합정동에 자리잡은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역에 가면 우리나라에 왔다가 죽을 때까지 봉사하고 묻힌 수십 명의 구세군 사관들을 만날 수 있다.

입항 중인 RMS Empress of Ireland

오늘 소개할 배인 RMS Empress of Ireland호는 역대 해난사고 중 손가락에 꼽을만큼 처참한 사고의 주인공으로 '캐나다의 타이타닉'이라 불리울 정도로 최악의 해난사고였지만 더 많은 희생자가 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헌신적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바치며 인명구조에 나섰던 구세군 사관들의 정신을 상징하는 배이기도하다.  


 1914년 5월 28일 캐나다 퀘벡에서 출항하여 영국의 리버풀로 항하던 Empress of Ireland호는 이튿날 아침, 짙은 안개 속을 운항 중, 근접 운항 중이던 노르웨이의 화물선 SS Storstad호와 충돌한다. 충돌이 일어났던 세인트 로렌스 해협은 늘 짙은 안개와 잦은 파랑으로 인해 사고가 잦기로 소문난 해협이었는데 사고 당일에도 시계가 극히 불량한 상태인데다 높은 파도가 치고있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충돌 당한 곳이 대단히 치명적인 부분이었다. 배의 한 복판 우현부에 상당한 충격을 당하며 흘수선 아래로 선체외판이 깨져버린 것. 이로 인해 충돌과 동시에 기관실과 선실로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엄청난 침수가 일어났으며 충돌 후 단 14분도 버티지 못하고 우현으로 전복, 침몰까지 어어지게 된다. 그 결과 승조원 1477명 중 1012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로 이어진 최악의 상황. 


하지만, 충돌에서 침몰까지 이어지던 그 짧은 시간 동안 우현측에 거치되어 있던 다섯 척의 구명정은 모두 성공적으로 내려졌고 465명의 승객이 그 구명정과 구명조끼를 입고 탈출하는데 성공했는데, 14분도 걸리지 않은 충돌에서 침몰까지의 시간으로 보면 이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 기적 뒤에 당시 승선 중이었던 167명의 구세군인들의 헌신이 있었음이 사고 후 조사과정에서 드러나게 된다.


충돌 후 단 3분만에 우현 측의 구명보트를 모두 진수시킨 선원들의 놀라운 기량도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시킨 요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짧은 시간 속에서 스스로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탈출하려는 이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누어주며 점점 기울어가는 배에서 다른 이들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맡았던 구세군인들. 결국 승선했던 구세군인들은 모조리 희생당하는 비극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지만 465명의 인원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목숨과 이웃의 목숨을 기꺼이 바꾼 그들의 희생 덕분이었다.

Empress of Ireland호 기념관을 따로 운영중인 벤쿠버 해양박물관

이후, 캐나다는 이 사고로 침몰한 Empress of Ireland호에 대한 해난심판을 통해 침몰에 이르기까지의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한 백서를 발간했으며 이것을 통해 같은 해 제정된 해상인명안전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Safety Of Life At Sea : SOLAS)에 인명구조방식과 Search & Rescue(수색 & 구조)과정에 대해 조정된 규정을 삽입하는 등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1959년, Vancouver Maritime Museum의 문을 열면서 Empress of Ireland호의 유물과 사고개요를 적은 대형부스를 따로 개설하여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아직까지도 일깨우고 있다.

Vancouver Maritime Museum에 게시된 Empress of Ireland호 침몰사건의 개요

한 세기도 전에 벌어진 해난사고에 대해 끊임없이 되새기며 타산지석으로 삼는 캐나다인들을 보면서 솔직히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사고의 원인부터 인명 구조시에 벌어진 상황에 대하여 파악하고 다시 같은 상황에서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100년전에 이미 생각해낸 캐나다와 아직까지 사건의 진상규명도, 사고의 전모도 밝혀내지 못하고 심지어는 퇴선명령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여부조차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 사건의 전모를 조사할 조사위원회를 만들어놓고도 오히려 그 조사위의 조사를 방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은 국가가 마땅히 짊어져야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국민들에게 행패부리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