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남은 배들
배에서 늘상 자주 쓰게되는 말 중 하나가 ‘Act Of God’이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을 뜻하는 말인데 조류나 풍향에 따라 ETA를 맞추지 못할 때와 같은 사소한 상황에서도 쓰이고, 폭풍이나 태풍처럼 최신의 선박들도 일엽편주 신세로 바뀌어 버리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쓰이는 꽤 폭 넓은 뜻을 가진 말인데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인간이란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 신세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예인 듯 싶다. 그만큼 사람의 힘은 자연 앞에서, 신앞에서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전락하곤 하니.
너무나도 유명한 배인 타이타닉.
영화에서 언급될 것들은 모두 언급되었으니 - 애초 픽션이었던 러브스토리는 논외로 - 오히려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타이타닉에서 숨져간 1,517명의 생명은 이후 수많은 해난사고에서 많은 생명을 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까지 최고의 기술력 - 선체를 여러개의 구획으로 나누고 격벽을 설치하여 일부가 물에 침수되더라도 배를 침몰하지 않도록 유지해주는 방식은 최근에도 사용되고 있다 - 으로 제작된 초대형 여객선이 맥없이 침몰한 사건은 이후 제작되는 선박에서 승선인원에 대한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한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결실이 바로 해상인명안전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Safety Of Life At Sea : SOLAS)의 탄생이다.
1914년 런던에서 최초로 제정된 SOLAS는 모든 상선의 항해안전문제, 여객선에 대한 수밀구획 및 방화격벽, 구명설비, 소화설비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하여 규정했으며 특히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부근을 항해중이던 캘리포니안호에 조난신호를 보냈으나 상호간 의사소통이 안되어 인명구조가 지연되었던 점을 감안, 무선설비 비치 의무를 규정하였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통해 통일된 규격과 규정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강조되었고 1948년, 유엔해사회의에서 통해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 국제해사기구)의 근간이 되는 IMCO(Inter-Governmental Maritime Consultative Organization)의 발족까지 이어지게 된다.
SOLAS의 경우, 조선기술의 발달과 기술에 발전에 따라 그때그때 규정을 바꾸어가고 있다. 전세계의 항해/기관사관은 물론 모든 선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교육내용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모든 선박들은 반드시 그 규정에 따라야하는 의무를 갖게 되었다.
아직도 바다밑에 머물고 있는 타이타닉, 앞으로도 다시 바다 위로 올라올 일은 없겠지만 이 배가 준 교훈은 절대로 바다 밑에 재워둬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