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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재성 Mar 12. 2016

COSTA CONCORDIA

역사에 남은 배들


어느 선박이나 선박의 운항과 안전을 책임지는 선장에게는 ‘재선의 의무’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원법에서도 제10조에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된다. 다만, 기상 이상 등 특히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장이 자신의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직원 중에서 지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선박에서의 권한만큼이나 그에 따른 의무를 규정한 당연 규정으로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보편적으로 부여된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2012년 1월 13일 벌어진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건은 배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 특히 배의 안위를 담당하고 있는 전 세계의 선장들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기억을 안겨준 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암초와 접촉하여 침수가 발생하고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마자 선장(프란체스코 셰티노)이란 자는 구명정에 몸을 싣고 배를 빠져나왔고 당장 배로 돌아가서 승객들의 피난을 지휘하라는 해안경비대의 말도 무시하고 섬에서 상황을 바라보기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선장이 도망간 배에서 대신 지휘를 맡아야 했던 일등항해사 치로 암브로시오 역시 선장과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배를 떠난 바람에 2,3등 항해사와 인근 질리오 섬의 관리가 승선하여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4,200여 명의 승객과 승조원 대부분이 구조되었지만 결국 32명의 인원은 부질없이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 애초 선장이나 선장을 대신할 일등항해사가 제대로 지휘를 했다면 그들의 목숨이 그리 헛되이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탈리아 검찰은 도망친 선장 세티노와 일등항해사 치로에게 다중살인(Multiple homicide) 혐의를 적용, 기소하였으며 지난 7월 9일 그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중살인 혐의는 가혹하다 주장하고 있다는 외신도 들려오지만 배에 무지한 승객들을 버리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탈출한 그 행동만으로도 그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사건 덕분에 새삼 다른 뱃사람들의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는 하였지만 32명의 인명피해는 그 어떤 것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참혹한 결과라 할 것이다. 


- 2015년 2월, 토스카나주 그로세토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이탈리아 법원은 애초 기소 때와는 낮아진 죄목인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셰티노 선장에게 징역 16년 1개월을 선고했다.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고 32명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하여 징역 10년, 유람선의 좌초를 초래한 혐의에 대해 5년, 선장으로써 재선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자리를 떠난 데에 대해 1년을 합산하여 16년 1개월의 선고를 내렸고 즉시 수감되었다.


예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불시착한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불이 번지는 기체 안에서 승객들을 피난시키고 가장 마지막에 탈출한 승무원들과 기장의 모습이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건과 오버랩되는 것은 나뿐일까.

이때만 해도 선원들의 망신은 프란체스코 세티노로 족할 줄 알았다


..... 2012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사고가 있은 후, 2년 후 보다 더 참혹한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줄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이전에 벌어진 사건에서 그 어떤 교훈도 얻지 못했고 오히려 승객들의 탈출을 지휘했어야 할 선원들이 애초 모조리 도망가버리는 한 술 더뜨는 막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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