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재성 Apr 01. 2016

HMS HOOD

역사에 남은 배들

처음 전함(Battle Ship)이 해군에 등장했을 때의 역할은 든든한 장갑과 엄청난 화력으로 적진에 맞서서 웬만큼 두들겨 맞더라도 예의 화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일이었다. 거북선이 왜선을 쓸어버리고 다녔던 시절부터 넬슨의 전열함 빅토리호가 적진 한 복판에서 신나게 두들겨맞고도 오히려 사방의 적들을 제압했던 신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도 ‘전함’의 모습은 이처럼 한결 같았다. 적에게는 공포의 상징이자, 아군에게는 힘의 상징. 그 기반에 거함거포주의가 있었고 20세기초까지만 해도 중세로 부터 이어져온 이 모습은 하나도 변함없었다.


애초 독일해군의 전함을 능가하는 장갑과 주포, 속력을 갖추기 위해 36,000톤의 배수량, 속력 32노트이상, 전함의 주포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의 중장갑으로 무장하기로했던 후드는 1916년 건조가 시작되어 이런저런 보강과 설계변경을 거쳐 만재 배수량 48,650톤에 13인치의 경사장갑으로 사방을 두른 강력한 전함으로 1920년 3월, 스코틀랜드 클라이드뱅크에서 취역했다. 무거운 장갑과 중무장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써는 엄청난 고속인 31노트의 최고속도를 갖춘 플라이급의 스피드에 해비급의 맷집과 주먹을 갖춘 당시 영국 해군의 상징이었지만 세계대전이 끝난 후, 준공된 탓에 전투에 투입될 일 없이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전쟁에서 패전한 독일에는 후드와 대적할 만한 전함이 존재하지 않았고 준공이후 드러난 여러가지 문제점 - 탄약고가 선내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었던 점과 배의 주변은 두터운 장갑으로 보호된 것에 비해 상갑판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적절한 방어력을 갖추지 못한 장갑으로 구성되었던 점 - 에 대해서 보완요구가 있었으나 전쟁이 아닌 평화시에 전함에 대한 대규모 보완은 예산문제로도 허용될 수 없었기에 이후 후드를 제외한 동형의 전함을 건조하는 대신 신형의 전함을 건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게 된다. 결국 후드급으로 설계되었던 배중 네임쉽인 후드를 제외한 동형의 전함들은 건조자체를 중단하게 된다.

취역후 4년이 지난후인 1924년의 HMS HOOD. 당시까지는 최신형 전함이었다.

1차대전 직후에는 가장 각광받는 최강의 전함이었지만 2차대전이 발발했을 당시에는 퇴역이 거론되던 상태였던 후드는 떠밀리듯이 전쟁에 참가했고 당시에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계속 다라다녔지만 전쟁 초기, 이름값을 하며 활약하게 된다. 1940년 7월, 캐터펄트 작전에 참가하여 북아프리카 프랑스 식민지에 정박중이던 프랑스 해군 전함들과 벌인 메르스 엘 케비르 해전에서 정박중이던 전함 4척을 격침하고 두척의 순양함을 중파시키는 전과를 올렸는데 이것이 후드가 기록한 최고이자 마지막 전과였다.


1941년 5월, 독일의 전함 비스마르크가 항해에 나섰다는 첩보를 입수한 영국은 당시 최고참이던 전함 후드와 최신형 전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즈를 출동시켜 ‘독일의 자존심’을 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렇게 해서 같은 달 24일, 원하던대로 비스마르크와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과 조우하여 덴마크 해전이 시작된다. 하지만, 서전에서 프린츠 오이겐에게 선제공격을 당한 후드는 전열을 재정비하던 중 비스마르크로 날아든 포탄에 탄약고를 직격당하고 - 애초에 지적되었던 약점이 바로 치명타로 나타난 셈 - 탄약의 유폭이 일어나 단 3분만에 함이 두동강나며 침몰하게 되는 참극을 맞이하게 된다. 1,418명의 승조원 중 생존자는 단 세 명으로 당시 폭발과 침몰이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났는지 말해준다.  

Hood의 최후. 단 한 발의 명중탄에 화약고를 직격당하고 만다.

허무하게 최후를 맞은 후드, 하지만 비스마르크 역시 이 해전에서 연료탱크에 손상을 입었고 그로 인해 누출된 기름에 의한 기름띠로 항적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이때문에 영국 정찰기의 추적을 받게되고 사흘 후인 27일, 추적해온 영국해군과의 해전 중에 최후를 맞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Prince Of Wales가 항공기에 의해 무력화되는 거함거포주의를 상징했다면 HOOD는 거함거포주의의 정점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을 상징한다. 뒤안길로 사라지기 직전의 하드펀처들의 공방전, 그 최후를 장식했던 피해자가 바로 순항전함 HMS HOOD였다.

이전 18화 DKM ADMIRAL GRAF SPEE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