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냉장고 문을 열다가 강아지 간식을 담아 놓은 통을 떨어트린 적이 있었다.
간식의 이름은 북어 오리 크루아상, 정말로 그런 이름이었다. 말린 북어를 말린 오리고기로 돌돌 만 형태의 한입 짜리 간식이었다. 개의 간식으로는 꽤나 호사스러운 디자인이었다. 아무튼 떨어진 간식 통의 뚜껑이 열리면서 강아지에게 하루 한 개씩 주던 간식이 하얀 부엌 바닥 위로 노다지처럼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강아지는 냉장고 바로 옆을 지나가던 길이었다. 만수르(비숑프리제, 당시 9개월, 시파카 원숭이를 닮았음)는 새하얀 바닥에 수없이 쏟아진 북어 오리 크루아상 앞에 얼어붙었다.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강아지로서는 꽤나 복잡한 심정이 엿보이는 표정이었다. 동공지진이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것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개만 먹을까?' '설마 무슨 함정은 아닐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먹었다가 혼나면 어떡하지?' 무수한 번뇌가 머리를 스쳐 가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한 조각만 집어 잽싸게 만수르의 입에 물린 후, 다른 손으로는 바닥의 간식들을 통으로 쓸어 담았다. 그리고 신속히 뚜껑을 회수해 간식 통을 견고하게 닫은 후 냉장고에 도로 집어넣었다. 조금은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은 대처였다. 재빠르고도 능숙했다.
하루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간식이 바닥에 가득 쏟아졌을 때 강아지는 오히려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꼭 견공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인간도 가끔은 갑작스러운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가끔은 뜻밖의 사건으로 자신의 자격보다 더한 대접을 받을 때도 생긴다. 그런 일이 전혀 안 생기는 행운이 부족한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길이를 살다 보면 한 번쯤은 그런 사건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보통은 그럴 때 보이는 반응을 통해 한 사람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