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몰리션>

나를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애도

by 다올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데이비스 미첼.

얼마 전 그는 아내를 잃었다.


이상하게도,

옆 사람 모두들 줄리아를 떠올리며 울고 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들이 우는지 왜 그 자신은 눈물 조차 나지 않는지. 그것이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담담하기 때문에.


아마 그는 자신의 마음을 뜯어서 열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왜 자신이 이렇게 아무 감각이 없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실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고객센터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 수차례, 고객센터의 직원 캐런을 만나게 된다.



캐런에게는 크리스라는 아들이 있다.


캐런은 고객센터 직원으로서 가장 적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방의 말을 아주 잘 들어주는 여자였다. 그래서인지 데이비스도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아내 줄리아와 있었던 일들을 캐런에게는 얘기하게 된다.


데이비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연장 세트를 가지고 집과 사무실에 있는 전자제품, 가구 등 거의 모든 물건들을 분해하고 파괴한다. 제목대로 'demolition'을 하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의 실체를 분해하고 들여다보고 파괴함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답답함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통증이나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병원에도 찾아가지만 별다른 진단을 받지 못한다.



캐런의 아들, 크리스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남자아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평소엔 자유롭고 직설적인 아이지만, 성 정체성에 관해서는 사람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다.

데이비스와 크리스는 자기 자신 다움을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줘야 할 때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공유한다. 그들은 함께 총을 쏜다. (?)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때려 부순다. '함께'.



그리고 드디어 데이비스는 자신이 잃어버린 실체를 직면하고 슬픔을 마주한다. 줄리아가 그립다. 데이비스는 줄리아를 사랑했지만, 무엇인가에 늘 그 사랑은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마음은 더 무뎌져 갔다.

크리스는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클럽에 갔다가 여섯 명의 아이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는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을 거라고, 자기 자신대로 살아갈 거라고 말한다.


데이비스는 비로소 분해와 파괴의 과정을 통해 죽어있던 감각들을 살려 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아내를 사랑했던 시간을 추억하게 되고 눈물을 흘린다.



데이비스가 우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딱 두 번 나오는데, 그 어떤 영화의 오열 장면보다도 슬프게 느껴진다.


어쩌면 데이비스는 줄리아를 잃기 전, 이미 자기 자신을 잃었고, 줄리아에 대한 애도를 하기 전에 자신을 애도할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데이비스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무감각과 무관심은 강인함과 동일시 될 수 없다.


현실을 마주했을 때 감정을 터뜨릴 줄 알고 자신의 나약함을 때론 상대방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건전한 마음이고 강한 정신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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