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식품 기업 방문, 그리고 그들이 요리를 전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번 주 월, 화요일 연속으로 우연히 식품 기업을 방문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이름과 그 내용을 밝힐 수밖에 없으므로 회사 이름도 기재하도록 하겠다.)
월요일엔 CJ 제일제당에서 운영하는 백설요리원의 "세계미식여행 터키편" 쿠킹클래스에 다녀왔고, 화요일엔 샘표식품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샘표 우리맛 특강"에 다녀왔다.
CJ 제일제당 홈페이지 이벤트 페이지에 들어가니 터키 음식을 만드는 쿠킹클래스를 모집 중이었다. 모집글을 보자마자 미국 연수 때 알게 되었던 터키 친구들이 생각났고 그 친구들이 작별 선물로 학원 식당에 특별히 차려준 터키 음식들이 생각났다. 처음 맛보는 터키 음식이라 당시엔 굉장히 생소했는데 막상 맛보니 우리나라에서 먹는 음식들과 큰 거리감 없는 맛이어서 맛있게 먹었다. 미국 연수 시절을 추억하며 쿠킹클래스를 신청해보았고 운 좋게 연락을 받게 되었다.
터키문화원과 콜라보한 이번 쿠킹클래스는 터키문화원 소속의 터키인 셰프 선생님께서 직접 진행하셨다. 내가 상상한 쿠킹클래스는 선생님께서 1번을 보여주시면 수강생들도 1번을 따라 하고, 1번이 끝나면 또 2번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막상 직접 가보니, 선생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연을 보여주시고 수강생들이 잘 관찰하고 메모해두었다가 시연이 끝난 후 2인 1조로 실습에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잠깐이라도 메모하느라 고개를 떨구고 있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선생님께서 다음 단계로 금방 넘어가시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선생님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열심히 눈으로 따라가야 했다.
백설요리원 측에서 나눠준 레시피 프린트가 있었다. 거기엔 재료와 조리법이 적혀있고, 소금이 들어가는 부분마다 '백설 오천년의 신비 명품 천일염'이라고 제일제당의 제품명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도 사용되는 소금이나 기름 등 제일제당의 제품을 사용한다.
터키의 '쿄프테' 라는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 음식은 터키 레스토랑에서 파는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터키의 일반 가정집에서 자주 해 먹는 음식이라 오히려 가게에서 접하기 힘든 요리라고 했다. 따라서 만드는 방식도 그리 어렵지 않고 딱 현장에서 직접 배울만한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동그랑땡 같이 고기가 들어간 전을 프라이팬에 부치는 대신 오븐에 굽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터키 음식엔 소금, 기름 등 재료를 많이 넣고 간을 세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시도해볼 생각도 못했던 터키의 가정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라 좋았고 직접 만든 음식을 포장해서 집에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식구들에게도 조금 맛 보일 수 있었다. 요리가 모두 끝나고 백설요리원 측에서 김, 브라우니 믹스, 핫케익 가루 선물도 챙겨주셨다.
소비자들이 직접 CJ 제일제당 사옥에 방문하고, 부엌에서 요리도 직접 해보며 제품 경험의 기회를 마련하는 점에서 제품 브랜딩과 마케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CJ 제일제당 사옥의 백설요리원 주방에서 직접 요리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인지 더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그다음 날인 화요일에는 충무로역 7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샘표식품 본사로 향했다. 나는 조리학과 학생이거나 조리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한식을 시도하고 또 이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Mingles의 강민구 셰프의 특강을 꼭 듣고 싶었기에 신청서에 사연을 작성하였고 감사하게도 특강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지난해, 취준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샘표식품에 쓰는 자소서만큼은 희한하리만큼 빠른 속도로 써내려 가졌다. 평소에 (그 흔한 말인)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있고 샘표식품 박진선 대표의 인터뷰를 읽고 다른 재벌 CEO들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을 해서 더 술술 써졌던 것 같다. 그 덕분인지 서류 광탈을 하고 있던 찰나, 서류에 합격했고 인적성 시험까지 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인적성에서 탈락했지만 나의 서류를 합격시킨 고마운 회사로 남아있다.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나에게 여러모로 기회를 주는 샘표식품에서 강민구 셰프의 특강을 듣게 되었다. 그는 마르고 생각보다 앳된 외모였다. 말솜씨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요리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는 작년부터 샘표 우리맛 프로젝트에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맛 프로젝트에서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자연 식재료들에 대한 연구와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 방식을 적용한 다양한 조리법을 연구한다. 이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탐구하고 사찰에 방문하여 사찰음식을 배우며 한식에 정통한 한식조리사에게 여전히 배움을 얻고 있는 강민구 셰프의 코드에 딱 맞는 프로젝트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치열한 연구 프로젝트의 비전과 미션에 그는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샘표식품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고 음식을 사랑하지만, 그동안 학생이었고 지금도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게 아닌지라 소위 비싼 레스토랑엔 가본 적이 없다. 집에서 시도한 요리들도 매우 대중적인 분식 메뉴나 간단히 할 수 있는 국, 찌개, 고기 요리 등이 전부여서 화려한 한식 요리라곤 책이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게 다였다. 그래서 한식으로 예술을 펼치는 강민구 셰프의 손길과 레시피에 쓰인 말들이 더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일단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한 열정과 재료를 어떻게 조리할 것인지 연구하고, 직원들 간의 차이 없이 항상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한 노력들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었다.
이날 시연한 메뉴는 옥돔 찜, 오색 두부, 가지 샐러드 세 가지 요리였다. 옥돔을 찌는 방식, 옥돔의 껍질에서 나오는 비린맛이 없도록 굽는 방식, 가지를 기름에 튀겨 껍질을 벗겨내는 방식, 야채를 아주 얇게 밀어서 사이에 두부를 넣고 마치 하나의 그림을 보는 듯하게 플레이팅 하는 등 태어나서 듣도 보도 못한 신세계였다.
수강생들이 워낙 많이 와서 직접 시식을 해보는 기회는 없었지만 (멸치육수, 건새우 육수, 김부각은 맛볼 수 있었다!) 강 셰프님의 시연을 볼 수 있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웠다.
제일제당이 소비자에게 직접 경험을 통한 브랜딩을 했다면, 샘표식품은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셰프를 통해 한식의 다양성과 잠재력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였고, 이를 통해 기업의 비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직접 요리를 하고 결과를 만들어서 만족감과 제품에 대한 경험을 할 수도 있고, 기업이 가진 식품에 대한 비전과 자부심을 보고 들으며 공감을 통한 제품 브랜딩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낀 이틀 간의 시간이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나의 요리를 어떤 식으로 브랜딩 할 것인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반드시 가져야 할 두 질문을 선물 받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