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린 필립스의 성장소설
새책과 헌책을 맘대로 골라 읽는 주말의 어린이, 청소년 도서 리뷰 No.1
미국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불법이민자 수용 불가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을 뿌리뽑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멕시코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미국과 멕시코가
불법 이민 이라는 키워드로 갈등을 빚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카롤린 필립스의 성장 소설인 <눈물나무>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눈물나무>는 국경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산문집 <여행할 권리>에서 문학이란 가장 멀리까지 가본 자들만이 하는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문학이 국경수비대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쓴 어릴 적 스웨덴으로 입양된 소설가 아스트리드 트롯찌는 문학에 국내용과 국외용의 경계가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모든 문학은 번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들의 말을 빌려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눈물에는 국경이 없으며 모든 눈물은 번역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가장 멀리까지 가볼 수 있고, 국경의 장벽이 사라지는 세계. 그것은 루카의 꿈이기도 하다. 루카는 담장 위로 공이 국경 이 편 저 편에서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눈물나무>라는 소설을 읽고 1차적으로는 눈물이라는 세계 공용어의 힘을 깨닫게 됐으며 2차적으로는 문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막연하게나마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법을 배우게 됐고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다른 것이 아니라 거울의 앞뒷면이라는 평범한 진리도 깨닫게 됐다. 소설가 김연수의 말처럼 한 번도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납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루카와 루카의 가족은 조지보다는 행운아이다. 그들은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비단 자기연민이나 슬픔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눈물에는 사랑이 있었다. 마르타 이모는 가족을 고발한 아들 카를로스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이모는 카롤루스가 원래는 좋은 아이라며 그는 영원히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눈물나무는 이모의 눈물을 먹고 한 뼘 더 자라날 것이다. 그리하여 이 황량한 사막에서 이민자들이 잠시 몸을 의탁할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줄 것이다. 이 나무의 이름은 엘 아르볼 데 라그리마스. 즉 눈물나무란 뜻이다. 눈물나무는 이민자들의 눈물과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 자발적으로는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돌아온 루카는 카사 델 미그란테(이민자의 집)에 잠시 머무르면서 자신이 미국에서 겪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인 멕시코 소년 루카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왔다. 미국으로 오는 동안 코요테가 된 형 에밀리오를 만나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게 돼 절망하고, 국경수비대 경찰에게 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루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루카는 마약밀매상을 만나 물건을 운반해주는 대가로 미국으로 올 수 있었다. 미국은 일자리를 찾아서 멕시코에서 건너온 루카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루카의 어머니도 이모도 꿈을 찾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로스엔젤레스에서 가족을 만나게 된 루카는 미국이 꿈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멕시코인들은 이민자를 부양할 수 있는 나라가 모국이라고 생각해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건너 미국에 발을 들여놓지만 미국인들은 이들을 당장 쫓아내야할 범죄자 취급을 하고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멕시코인들은 최저 임금보다도 못한 임금을 받았지만 항의 한마디 할 수 없었다. 멕시코에서는 최저 임금인 시간당 3달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조차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멕시코로 내쫓기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멕시코인들은 불시검문에 걸려 오늘 당장이라도 추방되지는 않을까 늘 불안에 떨어야 했다. 루카는 학교에서도 불법이민자라는 신분 때문에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자주 부딪혔다. 미국인인 조지는 루카와 같은 불법체류자들이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엉망으로 만들고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경멸했다. 조지의 말은 사실이기도 했다. 조지는 루카를 농장으로 끌고가 멕시코 이민자들이 남겨놓은 쓰레기와 똥을 치우게 했다. 루카는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국경을 넘어 이동하던 밤을 떠올렸다.
베로니카를 따라 시위에 참석하면서 미국 내 불법이민자들이 받고 있는 부당한 대우 대해 맞서던 루카는 조지의 농장에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도 귀를 열게 된다. 루카는 이민법 개정으로 불법체류자를 숨겨주기만 해도 쫓겨난다는 공포에 떨고 있던 카를로스가 가족을 고발해 엄마와 이모가 감옥에 가게 된 후 자발적으로 멕시코로 돌아온다. 루카는 가족을 고발한 카를로스와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형 에밀리오를 원망하지만 이모 마르타와 이민자의 집에서 만난 마누엘, 그리고 형 미겔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긴다. 루카는 그들을 직접적으로 용서하지는 않았지만 국경을 자유롭게 오가는 공과 국경경찰의 관심 밖에 있는 동물, 바키타를 보면서 국경 없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자유롭게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세계라면 에밀리오나 카를로스와 같은 소년들이 공포에 질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모국, 국경… 이 단어들은 이 소설에서도 자주 나온다. 지금 이 시대에 모국과 국경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로스엔젤레스에서도 멕시코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민자들이 한데 모여 축제를 벌인다. 비바 메히코! 라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순간만큼은 미국, 멕시코라는 국경이 없는 것이다.
미국인과 멕시코인들들이 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위해 축복의 눈물을 흘리는 그런 날이 과연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