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의식의 흐름. 겨울] #18
주택가 곳곳을 꼭 붙어 다니는 한 쌍이 있는가 하면, 한 동네인데도 누구는 외따로 터덜거린다. 행여나 얼어붙을세라 조급히 강둑 웅덩이를 핥는 존재도 보인다. 한겨울 길 위의 묘생이 내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간만의 업무 미팅 때 관계자들과 제법 속 깊은 얘기라도 터놓으면,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고 허하다. 콜라 뚜껑을 너무 오래 열어 둔 기분이랄까. 뭔가가 조금씩 새어 나가는 것 같다. 톡 쏘던 자신감이 김 빠진 탄산 음료마냥 금세 밍밍해지고 만다. 마감 기한 못 맞추면 어쩌지(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나랑은 도저히 같이 일 못하겠다고 통고하면 어쩌지(그런 일도 물론 없었다), 내가 다 망치면 어쩌지⋯⋯. 이러다가는 아예 텅 비어 버릴 것 같아서, 오랜만에 활짝 연 마음을 질끈 동여맨다. 안 그래도 졸아든 마음보가 더 작아진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내게 일감을 준 이들의 신뢰가 꽝 얼어버릴까 봐, 부리나케 과업을 수행한다. 제방 위 얼음장을 할짝대던 고양이가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는다.
혼자 일하는 전업 작가(프리랜서)의 최우선 과제란 모름지기 멘탈 관리거늘, 길냥이들한테마저 나 자신을 투영하다니,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이리도 까라지다니, 대체 어쩌려고⋯⋯.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타고난 성정 자체가 이 모양인 덕에 요런저런 감정들을 조몰락거리며 글을 쓰고 타인들과 소통을 해 가며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나의 클라이언트들과 독자 여러분은 어찌 바라봐 주실는지.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