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물

[평일의 의식의 흐름. 겨울] #25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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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약수터의 플라스틱 물바가지와 양은 사발을 보며 계절의 전환을 깨단한다. 동파와 빙판길을 조심하던 나날은 다 지나갔다. 이제는 언제나 물을 뜰 수 있다. 필요하다면 고인 물을 퍼 낼 수도 있다. 다음 겨울이 오기까지 자연의 물은 얼어붙지 않을 것이다.

빨래하여 이제 막 입은 옷, 그러니까 ‘새물’이 땀에 함초롬 젖어 있다. 집에 돌아가면 다시 빨아야 할 판이다. 급수관 얼어서 세탁기 못 돌릴 일은 당분간 없을 테니 아무 걱정이 없다. 그래도 너무 태평히 마음을 놀려 두진 말자고 다짐한다. 다시 얼기 전까지, 부지런히 씻고 흐르고 나아가자고 자신과 약속한다. 겨울잠 들기 전 다람쥐가 도토리를 잔뜩 쟁여 놓듯. 그래야 한 철쯤은 이따금 빨래를 미루고 얼마간 는적거려도 마음이 놓일 테니.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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