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기형도를 오독하다」 #시작하며

왜 매년 4월 16일은 새로 오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가

by 임재훈 NOWer

2014년 4월 16일은 수요일이었습니다. 여느 평일처럼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 9시에 출근해 퇴근 시간인 저녁 6시를 넘겨 야근을 했습니다. 일하다, 밥 먹다, 담배 피우다 이따금, 스마트폰으로 뉴스 속보를 내려다봤습니다. 내려다보다가, 다시 일을 했습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잠들었습니다.


2016년 10월 29일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이날을 많은 분들이 '1차 촛불집회 개최일'로 기억하고 계십니다. 뭘 하고 있었던가 나는, 하고 생각해보면 역시나 '일'입니다. 출근을 했던가, 집에서 일했던가, 아무튼 회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단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습니다. 몇 차 몇 차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뉴스로, 소셜미디어로 접하고 있었습니다. 늘 보기만 하고 그냥 넘겼습니다. 뭘 하느라 한 번도 못 나갔던가 나는, 하고 생각해보면 또 역시나 '일'입니다. 그리고 '나'입니다. 일 있을 때는 일하느라, 일 없을 때는 쉬느라, 이따금 스마트폰으로 집회 중계 영상을 내려다봤습니다.


또 몇 년이 지났습니다.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일하느라 쉬느라 표지만 일별하고 넘겼던 책들을 천천히 들추고 펼쳤습니다. 그중 한 권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었습니다.


시집 안에, 시 안에, 2014년 4월 16일이 생생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2016년 10월 29일부터의 촛불집회들도 시어 하나하나마다 환했습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그렇게 이상해 하다가 문득, 미안해졌습니다. 누구에게 미안할까, 뭐가 미안할까, 왜 미안할까.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계속 미안했습니다.


내 안의 미안함의 본원을 들추고 펼치고 싶었습니다. 회사원일 때 출근하고 야근하고 퇴근하고 쉬고 다시 일했듯이, 백수 신분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계속 써내려갔습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중편소설 분량이 되었습니다.


다시, 4월 16일이 돌아옵니다. 돌아온다, 라니. 새로 온다가 아니라, 왜 '돌아온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은가, 매년 4월 16일은. ···이라는 질문을 또 해보게 되는 3월입니다.


다시, 4월 16일이 돌아오고 있는 지금,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로 혼란스러운 지금, 어쩌다 보니 또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일하다, 밥 먹다, 담배 피우다 이따금, 제가 쓴 이 이상한 소설을 읽고는 합니다. 읽을 때마다 부끄러워집니다. 소설이 형편없어서이기도 하고, 여전히 미안해서이기도 합니다. 회사 관두고 못나고 짧은 소설을 하나 쓰고 나서야 겨우, 내가 왜 미안했던가를 알게 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분간은 회사를 관둘 것 같지도 않고, 잘난 소설은커녕 못난 소설조차 못 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형도를 오독하다>라는 소설을 연재하려 합니다. 연재해놓고 언제든 보면서 저 혼자 미안해 하고 부끄러워 하고 싶어서입니다.


2020년 3월 2일 밤

<기형도를 오독하다> 쓴 사람, 임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