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얼굴을 가린 운명의 여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나름의 역할을 하게끔 한 뒤 다시 침묵의 세계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이 운명을 수긍하거나 거역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
-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조지 기싱
그래요. 고통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건 의미가 있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 이 우주에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살아있는 동안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민이 네가 인간이든 기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 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민아, 너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다 보고 느끼게 될 거야. 걱정하지 마.
마음이라, 마음이 뭘 말하는지를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마음은 기억일까요. 어떤 데이터 뭉치일까요? 또는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감정의 집합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뇌나 그것을 닮은 연산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어지러운 환상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