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포터 - 문학동네
지금까지 여러 달을 지나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기다려온 것만 같았다. 이 회색 지대를 부유하면서 어떤 미래가 올 지 모르는 채로 모든 결과를 조마조마 걱정하고, 혼자 있는 순간에는 요즘 우리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어떤 느낌을 견디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몸이 엄청나게 허약하며, 갑작스럽고 불가해한 방식으로 우리를 배반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스튜디오로 조금 더 가까이, 하지만 내털리는 나를 볼 수 없을 만큼만 가까이 다가갔다. 맨발 아래 시원한 땅이, 등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느껴졌다. 마당에 짙은 어둠이 깔려 강렬하게 빛나는 스튜디오의 조명 외에는 온통 캄캄했다. 나는 더 다가갔다. 내털리가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며 어깨를 늘어뜨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손을 흔들거나 이름을 부르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내털리가 나를 볼지, 이번 한 번만이라도 문으로 다가와 나를 안으로 들여줄지.
- <첼로>, p92-93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너 어디로 간 거야?"
<오스틴> p.24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라인벡>, p127
내가 말했다.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알아?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칼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넌 그다지 다르지 않아." 칼리가 말했다.
"우리 둘 다 그래."
"더 성공한 사람으로 변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나는 말했다. "혹은 현명한 사람으로."
"맞아." 칼리가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런 얘기는 아니야. 성공이니 뭐니 그런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
칼리가 내 손을 꽉 움켜쥐고 술잔을 들어 길게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네가 예전과 그렇게 다르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나는 말했다.
"어쩌면 참을성이 더 많아졌겠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히 낮아졌고."
"자신에게 더 관대해졌다고 생각해?"
"아니." 나는 말했다.
"그냥 기대가 낮아진 것뿐이야."
- <히메나>, 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