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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Nov 05. 2024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앨리스 : 어느 정도의 시간이 영원이지?

하얀 토끼  : 어떤 때는 1초만으로도 영원일 수 있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과거, 현재, 미래. 3개의 층위로 우리는 시간을 말하죠. 각자의 삶을 완성하는 동안 과거는 지표가 되어 미래의 시간을 방향성을 설정해 줄 수 있지만, 현재에 대해서는 방관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지에 대한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스스로가 증명하고 찾아내야 하는 매일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죠.


 시간의 구조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해리포터에 나오는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돌려 시간과 시간 사이 비밀의 방을 만들던 것처럼)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시간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란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과 평야지대에 사는 사람에게 시간이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마치 배나 사과를 감싼 그물망처럼 시간도 고도에 따라 밀도가 달라져 흐른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간은 있을 수 없다는 거죠. 그럼 우리가 설정하고 따르는 시간이란 개념을 이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카를로 로벨리는 자신의 저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규격화된 시간개념의 모순과 그걸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로 탐구합니다.



 시간은 사물의 변화에 맞춰 우리의 상황을 규정하는 방식이자 날짜의 변화와 계산에 맞춰 우리를 위치시키는 방식이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 아리스토텔레스


 내가 관찰해야 할 것은 보통 사람들이 그러한 양들을 다른 개념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각 가능한 사물과의 관계로부터 인식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편견이 숨어 있는데, 이 편견들을 없애려면 절대적인 양과 상대적인 양, 참된 양과 겉보기 양, 수학적인 양과 통속적인 양을 구분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 뉴턴




 이 둘을 통합해서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한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죠. 그 둘의 논리가 모두 옳았다는 걸 알게 된 아인슈타인의 휜 시공간을 통해 우리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얻게 되었죠. 카를로 로벨리는 이러한 일련의 역사 속 사건들을 매우 간결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나열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의를 내리죠.



 과학적 진보는 세상을 읽는 최고의 문법이 영속성이 아닌 변화의 문법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존재의 문법이 아닌 되어감의 문법이다. p. 105



 우리가 살아가는 근본적인 수준에서 세상은 시간의 질서를 갖지 않는 사건들의 집합으로 세상의 각 부분은 모든 변수들 가운데 일부만으로 서로 상호 작용을 하고 있죠. 이 변수들의 값이 '특별한 부분 계와 관련하여 세상의 상태'를 결정합니다. 이 광활한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작은 계 S들이 '열적 시간'이라는 흐름을 따라 움직이고 이러한 움직임이 엔트로피의 증가를 만들어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흐름이 된다라는 것이죠. 엔트로피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란 말 들어보셨죠? 우리들이 경험하는 총량은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특정한 대칭적이지 않은 소수의 특별한 작은 계들이 만들어내는 변수가 존재할 뿐이죠. 



 이렇게 카를로 로벨리는 미시적 관점에서의 아주 작고 특별한 S들, 세상을 이루는 변수가 되는 S들이 인식하는 시간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 가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신의 책에 "현실은 오직 기억 속에서 형성된다."라고 기록해 두었죠. 우리가 속한 물리계가 다른 세상과 상호 작용을 하고 흔적을 남기게 되었을 때, 우리는 사건을 통해 기억과 예측을 하게 됩니다. 경험을 통한 예측들은 시간에 대한 관점을 갖게 해 주며 세상의 일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접하며 자신의 관점을 확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를 고통스럽고 슬프게도 만들어 주죠.



 오래전 과학자들의 논리와 꾸준한 논쟁을 보여주며 과학의 흐름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보여주던 그의 관점이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과거에 혹은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 우리의 기억 속에, 우리의 예측 속에 있다.
우리는 영원불멸을 갈망하고 시간의 흐름에 고통스러워한다.
시간은 고통이다.
이것이 시간이다.  

이런 특성이 우리를 매혹시키며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고, 어쩌면 이런 고통스러운 측면 때문에 여러분도 지금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을지 모른다. 왜냐면 시간은 일시적인 구조이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일시적인 변동일뿐이면서도, 우리를 어떤 존재로 생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시간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그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고, 우리 자신에게 우리라는 소중한 존재를 선물하고 모든 고통의 근원인 영원에 대한 어무한 환상을 만들게 한다.  
p.196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거대한 우주의 흐름, 보이지 않는 열적 시간의 흐름 속 아주 작은 변수 중의 변수일뿐인 우리들이 세계를 인식하고 우리라 공간이 있는 곳을 완성해 다양한 층위를 이루는데 한몫을 해내죠. 그리고 탄생과 죽음이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을 토대로 주어진 날들을 살아가고 있어요. 때로는 우리를 감싸고 존재하는 세상의 부당함에 분노하고 울부짖고, 때로는 세상의 일원이라는 생각에 안도하고, 때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섭니다.



 우리들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시간의 흐름이 바로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기억과 추억, 부재의 고통...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시간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이 없다면 부재의 고통도 없을 것이며, 부재의 고통이란 것이 결국 내가 열심히 사랑한 증거가 되겠죠. 부재의 고통도 내 삶의 성장의 거름이 될 수 있기에 상처도 감추지 말고 직시하고 들여다보며 시간의 흐름 속에 흩어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란 책은 여타 과학서적과 많이 다릅니다. 지식에 대한 설명도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잘 되어있지만, 그의 책을 완성시키는 건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인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입니다.



 양자역학이라는 낯설고 심지어 용어도 결코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알고 가야 하는 세상이 되죠. 덕분에 더 알고 싶어 졌습니다. 그가 저술한 최신작 화이트홀부터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까지. 우주 속 미세먼지 같은 나라는 존재의 자존감과 존재 이유를 확고히 각인시켜 주는 책들을 만나보고 싶어 졌어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같이 듣고 싶은 곡


엘라 피츠제럴드 - Summer Time


https://youtu.be/2HJCN3upMHE?si=PANgBob8YzSxjzxZ








#카를로로벨리

#시간은흐르지않는다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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